조호군 조호군한의원 원장

 
구리(Copper)는 중금속의 일종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보거나 접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성분은 인체 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몹시 나쁜 악영향을 주기도 하는 성분이다. 즉, 기존에 알려진 질환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병리적 요소로서 구리를 의심하는 보고가 많아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구리는 인체에 매우 필요한 물질이다. 우리의 뇌신경계에서도, 간이나 생식기계 등에서도 필요한 물질로서 인체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데 필수성분이라 할 수 있다.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하기도 해 정상적인 뇌기능을 도와준다. 근골격계를 이루고 있는 중요조직인 인대나 힘줄을 구성하는 주요성분이 되기도 한다. 간에서도 인간의 생식기 계통에서도 각종 유익한 작용을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인체친화적으로 유익하게 작용하려면 구리는 세룰로플라즈민(ceruloplasmin)혹은 메탈로티아닌(metallothianein)이라는 단백질과 결합돼야 한다. 즉, 이들 단백질과 결합된 경우에만 인체는 이 구리를 유용하게 잘 활용할 수 있다. 그와 달리 세룰로플라즈민이 결핍되고, 따라서 구리가 이와 결합할 수 없다면 구리는 단독으로 인체 내에 존재하게 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구리는 독소 혹은 중금속으로 작용해 인체에서 갖가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생리적비활성화구리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윌쓴씨병이 있는 경우에도 집중력장애, 우울증, 조울증, 감정기복, 정신분열증 등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윌슨씨병은 한국인의 경우 3만 6000명당 한 명꼴로 나타나는 염색체 이상에 의한 질환이다. 문제는 윌슨씨병이 없더라도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환이 나타나게 되는데 자연의학에서 이들 질환에 대한 원인을 구리중독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자폐증, 우울증, 집중력장애, 정신분열증, 아스퍼거증후군 등의 여러 종류의 정신질환의 원인에서 구리중독과의 연계성이 골고루 의심된다는 의견이 많이 있고, 구리중독은 결국 세룰로플라즈민과 메탈로티아닌의 부족이다. 특히 세룰로플라즈민은 간에서 만들어지는데 부신의 도움을 받아서 생성되게 된다. 따라서 구리중독이 있다고 할 때의 가장 문제되는 점은 종종 부신기능이 저하돼 있는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지목받게 된다.

부신기능이 개선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신기능이 좋아지려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무리한 육체적 노동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그 이유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과로를 하게 되면 부신이 자극을 받아서 부신에서 각종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곧 부신을 가혹하게 혹사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부신의 피로 혹은 부신기능 저하로 이어져서 세룰로플라즈민의 생성에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처럼 중금속 독소 및 중금속 해독의 측면에서 바람직한 생활습관은 부신이 쉴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갖는 일이며, 역시 부신에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스트레스를 피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금속 해독의 첫걸음은 충분한 휴식 및 숙면 그리고 무리한 활동을 피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가볍거나 적절한 운동까지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운동이 과도한 경우는 피하는 것이 좋다.

구리는 혈액 내에서 철분이 헤모글로빈 생성에 잘 이용되게끔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에 인체의 부신기능이 저하되면 인체는 세룰로플라즈민이 부족해 구리가 인체에서 활용되지 못하게 된다. 이 경우 그 결과는 혈액 내의 철분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때 헤모글로빈이 제 기능을 못하게 돼 빈혈진단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실 이 경우의 빈혈은 철분 부족이 아니고 근본원인은 부신기능이 저하된 것이 근본원인이라고 지목할 수 있다. 따라서 철분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에서 비껴난 치료방법이라 할 수 있다. 올바른 치료방법은 철분의 활용도를 높이는 치료법일 것이다.

이처럼 구리(Copper) 중금속은 어느 한 특정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신신경계, 심혈관계, 생식기계에 걸쳐서 골고루 연계돼 작용하는 병리인자로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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