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
해각포(蟹脚脯)는 대게의 다리를 쪄서 말린 것이다. 조선 중기 허균의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삼척에서 나는 대게는 크기가 강아지만 하고 다리는 대나무 줄기만 하고 맛도 달다’ ‘포를 만들어 먹으면 맛있다’며 대게의 다리를 쪄서 바짝 말린 해각포를 설명하고 있다.

또 19세기 말 작자 미상의 ‘시의전서(是議全書)’에도 해각포가 소개돼 있다. 일제강점기에 나온 ‘해동죽지(海東竹枝 1925 최영년)’에는 ‘게다리포라고 하여 영해의 별미로 달고 기름지며 부드러워 세상에서 그 맛을 일품으로 친다’고 적혀 있다. 해각포를 만들려면 우선 대게의 다리 껍데기를 벗겨서 찜기에 푹 찐 뒤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일주일 정도 말린다.

잘 말린 해각포는 북어채처럼 마른안주나 무침으로 만들어 별미로 먹는다. 참기름을 넣고 살짝 볶아 불린 쌀과 함께 고루 뒤섞어 적당량의 물을 부어 끓여 먹기도 한다. 일명 해각죽으로 부드러워서 입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 될 때 먹으면 좋다.

육포는 간장으로 간한 ‘장포(醬哺)’가 좋다. 장포는 생고기를 그대로 말리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덩어리째 삶은 후 말린다. 삶은 고기로 포를 뜬 다음 작은 방망이로 수없이 두들겨 양념간장을 발라 구우면 살이 겹겹이 한올 한올 풀리듯 일어나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다.

소금으로 간한 ‘염포(鹽脯)’는 장포보다 보관은 오래 할 수 있지만 때깔이 흐리다. 육포를 만들 때 설탕대신 꿀을 쓰면 ‘약포(藥脯)’라고 하는데, 딱딱하지 않고 노긋노긋해서 먹기에 좋다.

고기에 양념이 고루 배면 채반에 널어 봄이나 가을볕의 신선한 바람에 말린다. 꾸득꾸득하게 마르면 판판하게 모양을 다듬어서 뒤집어 놓고 다시 말린다. 아주 마르기 전에 차곡차곡 쌓아서 무거운 돌로 눌렀다가 다시 말리면 모양이 좋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볕에 빨리 말려야 검붉은 빛을 띄어 때깔이 나고 맛도 있는데, 봄날씨라면 2∼3일이면 마른다.

‘동포(冬脯)’는 이름 그대로 겨울에 말린 육포를 말한다. 먹을 때에는 참기름을 발라 살짝 구워서 실백과 곁들이면 술안주로도 좋다.

포는 씹는 데에 매력이 있다. 입 안에서 한참 우물거리다 보면 마른 것이 불어진 맛이 우러나게 된다. 때로는 넓게 저민 소고기를 젓갈이 삭아서 우러난 국물로 간을 맞추어 조금 끓이다가 말린 ‘젓국포’나, 돼지고기에 소금을 약간 뿌려서 말린 것을 물을 탄 술에 넣고 무름하게 삶았다가 말린 ‘제육포’를 만들기도 한다.

폐백 때 많이 쓰이는 ‘편포(片脯)’는 다진 고기를 양념하고 반대기를 크게 쳐서 말린 것이다. 이 위에 실백 일곱 개를 박아 놓은 것을 ‘칠보편포(七寶片脯)’, 고기를 대추알 모양으로 빚어 양 꼭지에 실백을 한 개씩 박아 놓은 것을 ‘대추편포’라고 한다.

1809년(순조 9) 여성실학자이자 서유구의 형수인 빙허각(憑虛閣) 이씨가 쓴 ‘규합총서(閨閤叢書)’에는 ‘진주자반이라 하여 진주 모양으로 잘게 썰어 볶다가 간장으로 간하고 기름과 꿀을 넣어 다시 볶는다’라고 전해 내려오는 ‘진주편포’가 나온다.

육포가 작은 것은 안에 잣을 서너 개 넣고 반으로 접어 반달 모양으로 만들어 가장자리를 꼭꼭 눌러 붙인 다음 채반에 말리는데, 이것을 ‘포쌈’ 또는 ‘잣쌈’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먼 길 가는데 쓰려고 고기를 술 소금 초에 주물러 둔 지 하루 만에 삶아 말린 ‘천리포(千里脯)’를 만들기도 했는데, 고기가 부드러워서 노인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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