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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로 자전거 절도하고 생계 위해 보이스피싱까지 다양
김명혁 목사 “종교 떠나 사회문제, 모범 되는 리더 나와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가 잇따른 목회자의 일탈행위에 고심하고 있다. 영향력 있는 교계 지도자들이 수년째 교단과 심포지엄, 포럼 등에서 목회자 자질개선을 위한 대안을 쏟아내고 있지만 오히려 목회자들의 범죄 소식은 더욱 늘어가는 분위기다.

◆사기·성추행에 보이스피싱까지

지난달 목회자들의 범죄 소식은 전국적으로 줄을 이었다. 수법도 가지각색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에서 유명 사립 여대의 총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속여 대학교수 채용을 미끼로 돈과 외제차, 오피스텔까지 가로챈 목사 A씨가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지난 2007년에는 사기죄로 징역 2년을, 2008년에는 무고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지난 2009년 9월 출소한 전력이 있다. 또 20일에는 “대통령 통치자금처럼 돈을 불려주겠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챈 B씨 목사 일당이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이 목사들은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의 기미도 보이질 않았다.

인천에서는 성추행에 절도, 선거법을 위반한 목사들이 연이어 언론에 등장했다. 지난달 28일 11세 여아를 수차례 강제 성추행한 목사 C씨가 징역 2년6월과 12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받았고, 인천시 강화군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4.29 재보선을 앞두고 예배 도중 특정후보지지 발언을 한 목사 E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16일에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 8일까지 인천 중구와 남구 일대 주택가와 길거리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 30대와 안장 58개를 훔친 혐의로 개척교회 목사 D씨가 덜미를 잡혔다. D씨는 수백만원짜리 고가 자전거를 타깃으로 삼았다. 그는 취미로 자전거를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날 대구에서는 허위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 73억 6000만원을 받아 챙긴 목사 H씨 등 일당 10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23일 대전에서는 주차권 시비로 항의하던 전자제품 판매 직원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협박한 목사 F씨가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전남에서 교회를 운영하던 목사 G씨는 17일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자녀들의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목회자들의 비행 소식은 끊이질 않고 있다.

◆ 목회자들 비행, 교회 신뢰도에 큰 영향

이러한 목회자들의 비행은 한국교회 신뢰도에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7월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에 대해 평신도를 대표하는 장로들이 목회자의 부족한 영성과 인성을 꼽았다. 또 교회 신뢰회복을 위해 무엇보다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예장통합 장로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묻는 설문에서 장로들은 ‘목회자의 부족한 영성과 인성(33.7%)’을 1위로 꼽았다. ‘기독교의 대사회적 신뢰도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란 질문에는 52.5%가 ‘교회 지도자들의 도덕성’이라고 답했다.

목회자들도 자신들이 도덕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또 지적하고 있다. 같은 해 10월 한국기독교지도자협의회(한지협)가 ‘한국교회 공교회성 회복과 교회 정체성 회복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실천신학대학 이원규 교수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게 된 원인으로 ‘세속화’를 지적했다. 그는 “소위 성공했다는 목회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업적에 대해 자화자찬했고, 세상적인 존귀와 영광, 권세를 추구했다”면서 “한국교회의 과제는 세속화에서 벗어나 ‘영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목회자들은 한국교회 신뢰도가 낮은 이유를 자신들에서 찾았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양대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3월 실시된 설문에서 목회자들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조치를 취해야 할 사항으로는 ‘교회 지도자들의 개선(53.8%)’을 꼽았다. 그러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교인들의 삶이 바뀌어야 한다고 책임을 전가하는 목회자들도 14.6%나 됐다.

◆“목회자들 문제, 신학교 교육문제”

목회자들의 낮은 신뢰도는 신학교 문제와 직결됐다. 지난 3월 사랑의교회에서 기독신문 ‘창간 50주년 및 지령 2000호 기념’ 교단 발전을 위한 포럼에서 김관선 목사가 일성을 날렸다. 그는 “목회자 자질 문제는 목회 현장에 필요한 실질적인 능력과 지식이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신학교 교육문제와 직결된다. 과연 철저한 검증을 하고 목회자 후보생을 추천하는 지 신학교 교육과정 중에서도 양심과 인성 문제로 걸러지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한국교회 목회자 양성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신대원 3년에 전도사나 강도사 3년 과정 정도를 거쳐 목사고시를 치러 목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 치러지는 시험은 통과 의례에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또 교육부 인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 신학교를 나오면 1년이나 2년, 짧게는 6개월 단기 코스를 거쳐 목사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마구잡이식 목회자 양산은 ‘목회자를 믿을수 없다’는 부정적 여론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 평신도로서 한국교회를 향해 따끔한 비판을 한 ‘그것은 교회가 아니다’의 저자 강만원은 “한국교회를 유례없는 타락의 길로 이끈 요인은 단순히 목사들의 저급한 자질 때문이 아니라 신앙의 근본적인 말씀에 관한 본질적 문제”라고 목회자들의 잘못된 성경해석을 꼬집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교회연합 명예회장 김명혁 목사는 종교차원을 떠나 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목사는 “정치·사회·종교 각 분야에 걸쳐서 범죄가 심각하다. 목회자에 국한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손양원 장기려 주기철 목사처럼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각 분야의 리더들이 나오게 된다면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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