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김기훈

▲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과 김기훈.
어느덧 봄이 찾아오고 국립대전현충원에는 유채꽃과 다양한 야생화가 만발하면서 방문객과 참배객들의 발길이 많아지고 있다. 몇 년 전에 순직한 아들과 6.25 전쟁 중에 전사한 아버지 등 그리운 가족을 향하는 참배객들은 새하얀 국화송이를 손에 쥐고 묘소를 찾아 그리움의 인사를 전한다.

가족들이 돌아가고 난 묘소에는 하얀 국화가 놓여있기도 하고, 반짝이는 새 조화로 교체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수많은 묘비 사이에서 너무도 빛바래 보이는 조화가 꽂혀 보는 이의 마음도 안타깝고 쓸쓸하게 만드는 무연고 묘소들이 눈에 띈다.

아마도 안장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배우자나 자녀들도 돌아가시게 되면서 찾는 발길이 없어졌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러나 국립대전현충원에는 무연고 묘소뿐만 아니라 유골이나 시신을 찾을 수 없어 위패로만 새겨진 호국영령들과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무명용사의 유해가 모셔져 있기도 하다.

올해는 6․25전쟁이 일어난 지 65주년이 되는 해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 지 반세기가 훌쩍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전쟁의 기억이 국민들의 머릿속에서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쟁의 상처는 아직도 곳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상처 중 하나가 우리나라 곳곳에 묻혀있는 6․25 전사자들의 유해이다.

현재 6․25 전사자는 추정 인원만 13만 5000여명 정도다. 하지만 국립묘지에 안장된 전사자들은 4만여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우 적은 수이며, 또한 이는 단지 기록상의 인원일 뿐이다.

징병 기록조차 없는 인원들까지 따지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서 희생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6·25전쟁의 비극과 참상이 국민들의 기억에서 흐려지고 있는 반면에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한 전사자들의 유가족들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 바친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형제를 애타게 그리고 있다.

현재 우리가 행복과 자유를 누리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처럼 수많은 선열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일구어졌다. 목숨을 아끼지 않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투신한 선열들의 공헌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은 국민들이 해야 할 의무이자 책무이다.

국가보훈처에서는 2015년 대통령 연두업무보고에서 선열들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어떻게 찾고 지켰는지를 후세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호국영웅 알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호국영웅들의 출신지역, 학교의 공원, 도로, 건물 등 의미 있는 장소에 호국영웅의 이름을 명명하거나 추모시설을 설치하고 나라를 구하기 위해 헌신한 영웅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등 호국영웅 선양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호국영웅 선양사업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 주변의 호국영웅을 돌아보고 자연스럽게 호국영웅을 추모하고 그들의 희생정신에 존경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따뜻한 어느 봄날, 호국영웅들이 잠들어 계시는 국립대전현충원에 방문해 발길이 드문 어느 묘소의 호국영웅에게 한 송이 헌화를 하며 추모의 마음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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