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불교도우의회 이사 진월 스님

한국 종교계, 바람직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적극 동참하길 바라며

▲ 진월 스님. ⓒ천지일보(뉴스천지)
국제연합관련 회의와 세계종교의회 참석차 호주 멜버른에 다녀와서 그 소식과 느낀 바를 국내의 친구들에게 다소나마 나누고자 한다.

그즈음 한국은 겨울철에 접어들어 하루해도 짧고 날씨도 추워지고 있었는데, 멜버른은 이미 여름철로서 해도 길고 기온도 높았다.

9시간 비행 후 시드니에 도착하여 다시 1시간 반 정도 남쪽으로 비행한 뒤에 멜버른에 도착하니 같은 지구 위에 살면서 상반된 계절을 체험하게 되었다. 시차는 한국보다 2시간 앞서가고 있었고, 꽃과 나무가 무성한 가운데 새들이 노래하며 맞아주었다.

알고 있는바 멜버른에 대한 상식으로는 1956년 하계올림픽이 열렸고, 과거 영국 지배하에 있었지만 원주민 문화가 깊은 곳이라는 정도였는데, 그곳에 지구상 최대의 종교인 모임과 나눔이 전개되는 세계종교의회(Parliament of World's Religions, PWR)가 열림에 경이로움이 적지 않았다.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를 계기로 처음 개최되었던 PWR이 1993년 100주년기념회를 시카고에서 가진 뒤에, 1999년 12월 새천년맞이로 희망봉이 있는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3차대회를 열었고, 200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의 4차대회에 이어, 이번에 호주에서 5년 만에 다시 이루어짐으로써, 앞으로 5년 뒤에는 아시아 혹은 남미에서 개최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계속 3회에 걸쳐 참여해오며 매번 약 8천 내지 1만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 수를 목격했었는데, 금년에는 그 숫자가 사뭇 줄어든 것을 보면서 세계 경제사정의 악화와 태평양을 건너는 원거리 항공교통의 한계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소납은 세계불교도우의회(World Fellowship of Buddhists)의 이사로서 불교계를 대표하여 ‘평화를 위한 종교·문화 간 대화·이해·협력 국제연합 10년 계획(UN Decade of Interreligious and Intercultural Dialogue, Understanding and Cooperation for Peace)’의 주도를 위한 국제연대(Global Coalition)의 기획조정위원(Steering Committee Member)으로서 제2차연대회의(12월 1~3일) 및 제4차 위원회(11월 30일) 참석차 지난 11월 29일 멜버른에 도착하였다. 그 연대회의를 PWR 직전에 갖고 PWR에도 참여하며, 그 홍보와 외연을 넓히려는 계획에서 비롯된 일정이었다.

멜버른 남쪽의 가톨릭 성십자수도원(Holy Cross Center)에서 합숙으로 진행되었던 연대회의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이슬람연맹, 불교도우의회, 힌두교 및 유대교 세계연대조직 및 종교연합(URI)과 종교자유협회(IARF) 등 세계적 범종교·신앙 단체들 약 40개 조직대표들이 모여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진행할 유엔 및 회원국들과 종교문화 단체들의 세계평화건설계획 추진을 논의하였다.

앞으로는 공공언론 보도기관과 종교관련 대학 등 교육연구기관도 회원 단체로 동참할 수 있도록 개방할 예정이다.

본회의 전날 저녁에는 그곳 수도원장의 안내로 근처 산기슭에서 크고 작은 야생 캥거루들이 노는 모습을 보며 호주의 전형적 인상을 음미할 수 있었다.

PWR은 최근 다운타운에 건립된 대형건물(Melbourne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에서 개최되었는데, 참신하고 편리하게 시설되었다.

개회식에는 원주민 토착종교를 비롯하여 여러 세계종교대표들의 평화의식과 문화공연이 있었고, 다음날부터 ‘다른 세계를 만들자:서로 듣고, 지구를 고치자(Make a World of Difference:Hearing each other, Healing the earth)’란 대주제 및 정의, 빈곤, 내적평화의 지혜공유 등 여러 소주제 아래 각종 심포지엄, 패널, 워크숍 등 50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1600여 명이 발표하였다.

소납도 ‘전법륜(Turning the Dharma Wheel)’과 ‘세계종교지도자상(Religious Leadership in a Global Perspective)’ 등 불교 및 범종교 패널참여와 ‘참선수행(Seon Meditation Practice)’ 지도를 하였으며, 불교와 아시아 대표로 세계평화기도회에서 축원하였다.

폐회식에는 달라이라마의 연설과 각 종교의 전통적 평화기도 의식 및 예술 공연이 베풀어졌고, 행사기간 동안 수십 개 다양한 종교단체들의 홍보관이 전시회관에 개설 운영되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각종 세션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고, 저녁 7시부터는 국제조직소개(International Plenary)와 성음악연주(Sacred Music Concert) 등 전체통합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이번 대회의 특징으로서 원주민과 토착종교 문화 및 환경 생태계 평화에 대한 관심의 제고가 주목되었다. 과거 제국주의적 식민정책의 오류와 피해에 대한 반성 및 인류공동체적 정신문화와 평화적 공존공영 의식의 고취가 강조되었다고 본다.

아울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세계기후변화대책회의에 시의적절한 결과의 도출을 요청하고 기대하며 성원하는 서명행사 등이 진행되었고, 지구적 보편과제 해결에 종교인들의 지도적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각성이 필요함을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대회를 마치고는 다음날 오전에 예정된 달라이라마 노벨평화상 수상 20주년 기념모임에의 초대에도 참석하지 못하고, 학교 사정상 곧바로 귀국길에 올랐다. 대회 도중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정신적으로 풍성한 기쁨을 누렸지만, 주위의 문화유적과 경관을 돌아볼 시간을 갖지 못해 다시 오리라 마음먹고는 아쉽게 멜버른을 떠나왔다.

돌아보건대, 한국 내의 종교인구와 그 물적 상황을 감안하면 PWR과 같은 세계대회에 국력에 맞는 질과 양적의 참여가 예상되었으나, 실제로는 그 활동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앞으로 많은 종교 지도자와 학자 및 활동가들이 PWR과 UN Decade 연대와 같은 국제종교행사에 참석하여 서로 배우고 나누며 바람직한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일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

PWR나 UN Decade 내용에 대하여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고자 하면 각각 그 웹사이트인 www.parliamentofreligions.orgwww.faithdecadeforpeace.net를 방문해 보기 바라며, 둔필을 이만 줄인다. 이 땅에 평화가 이룩되기를 빌며, 진월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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