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균-장진영.

“누군가 글을 쓰는 작업이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는 데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는 얘기를 해줬는데 이 말이 책을 쓰게 된 동기가 됐다. 지금은 진영과의 추억이 선명하지만 나도 사람이니 언젠가는 그 기억이 흐릿해질 것이다. 진영이와의 추억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았다.” (故 장진영 남편 김영균, 저자와의 일문일답에서)

힘겨운 투병생활 끝에 지난 9월 1일 생을 마감한 충무로의 꽃 故 장진영이 300페이지의 책이 돼 추억으로 다가온다.

17일 오전 출판사 김영사는 “故 장진영의 남편 김영균씨가 <그녀에게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란 회고전을 15일 발간했다”고 전했다. 이 책은 두 사람이 608일간 함께했던 추억과 사랑을 담은 것으로 처음 만남부터 이별의 순간까지를 모두 담아낸 눈물의 러브스토리다.

책을 펴낸 김영균 씨는 “기쁘다. 진영과 함께 했던 시간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남길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제목대로 그녀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 책이 진영이를 좋아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 장진영 결혼식.

“그녀가 웨딩 원피스에 붉은 장미를 들고 나에게 오는 이 짧은 거리, 눈이 부셔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잠깐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깊게 심호흡을 한다. 마지막이 아니길, 이게 너와의 시작이길 너를 만나기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가지 않게 해 달라고 나는 신에게 간절하게 기도했다.” (김영균 ‘결혼식’ 중에서)

다음은 김영균 씨의 읽지 못한 추도문 전문이다.

읽지 못한 추도문

결혼을 한다면 가을이 좋겠어요.
그리고 축가로 듣고 싶은 곡이 있어요.
들려줄 거죠?
김동규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사랑하는 나의 사람 진영,

지금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는 네 사진을 보니,
정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실날같은 희망을 가지고 간절히 바라고 빌었는데
결국 이 시간이 오고 말았구나.

진영아, 너를 만나고 내가 얼마나 기쁘고 고마웠는지 모른다.
너라는 아름다운 사람이 내 곁에서 손을 잡아주고 위로해주어
이 세상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행복했다.
이렇게 너를 보내는 글을 쓰는 이 시간,

너무 잔인해서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
그렇지만 내 품에서 너의 마지막 숨결을 느꼈을 때 그랬듯,
이제는 너를 고통없는 세상, 아픔 없는 머나먼 저 세상으로
보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기억하니? 우리가 나눴던 많은 시간들,
아름다운 추억들,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자며 굳게 맹세하던 순간들을.
불과 얼마 전까지도 “퇴원하면 같이 살 집을 알아보자”며 웃음짓던
네 얼굴이 내 가슴에 아련한데, 넌 도대체 어디에 있단 말이니?
남들처럼 예쁜 아이 낳고 알콩달콩 살자고 하더니....
감기지 않는 네 눈을 손으로 감겨주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
“난 단지 행복하게 살고 싶었을 뿐인데.”
하느님을 원망하고 눈물짓던 네 모습.
그래, 세상에 미련이 많았겠지.
안다. 내가 다 알아.
얼마나 살고 싶어 했는지.

진영아, 미안하다.
그동안 너를 위해서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구나.
이렇게 떠나야 하는 너를 붙잡을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비참하게 느껴진다.
너와의 이별이 이렇게 갑자기 올 줄 알았으면
더 가슴 깊이 안아주고
더 사랑하고
더 아껴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를 용서하기 바란다.
너를 생각할 때마다 시린 눈물이 흘러 멈출 수가 없구나.

고백할 게 있어, 진영아.
사실 암이 발견된 후, 너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괴로움에
한없이 약해졌다.
그래도 남자랍시고 너에게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
혼자 강한 척하며 돌아다녔지.
그런데 너는 오히려 의연한 모습으로 정말 씩씩하게 버텨내더구나.
그래, 넌 참 당당하고 멋진 여자야.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배우.
알지? 네가 내 연인인 게 얼마나 자랑스럽고 행복했는지.
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있을 때
난 정말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

진영아, 우리의 행복했던 시간들이 고마웠다고 말을 해줘야 하는데,
다음 생을 또 살게 되더라도
기필코 다시 만나 사랑하겠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떠나는 너를 편히 보내줘야 하는데...
너를 보내면 많이 생각날 텐데, 많이 그림고 아파올 텐데...
내게 다시 돌아오면 안 되니?
네가 없으니, 널 보지 못하니 미칠 것만 같다.

정말 사랑했다는 말이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는 너의 말이
내 가슴속에 박혀 숨을 쉬면 한숨이 되어 나오고,
눈을 감으면 눈물이 되어 그치질 않는다.

이제는 널 보내야 할 시간이 온 것 같다.
앞으로 너를 조금씩 잊으면서 살아가겠지.
조금씩 무뎌지며 살아가겠지.
하지만 널 가슴에 품고 열심히 살아볼게.
그러니 아무것도 미안해하지 말고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고 편안히 가길 바란다.
진영아,
네가 있는 그곳엔 고통도 없고 아픔도 없고 슬픔도 없었으면 좋겠다.

하느님, 우리 진영이를 부탁합니다.
제발 불쌍히 여기시고 좋은 곳으로 인도해주세요.

진영아, 언젠가 다시 만날거야.
그때 만나서 오래오래 사랑하자.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우리 그때까지 조금만 참고 기다리자.
다시 만나는 날까지 널 가슴에 품고 살아갈게.
잘 가, 내 소중한 사람
정말 많이 행복했다.

2009년 9월 4일 영원한 너의 사랑 김영균.

▲ 100일
▲ 100일 여행
▲ 홍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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