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회장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정부의 산업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연구개발(R&D)정책이다. 연구개발정책의 성공여부는 국가 운명을 좌우한다. 우리나라의 정부 R&D자금은 국내 총생산(GDP) 대비로는 세계 1위이고 규모는 세계 6위이다. 지난 10년간 R&D에 120조원의 정부예산을 투입했고 금년 예산만도 19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연구개발(R&D) 투자의 생산성이 낮고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낸 사례는 드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물도 별로 없다고 한다. 실제 한국정보통신기술센터가 지난해 산업체, 학교, 연구소 등 8154곳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술(ICT) 10대 분야 173개 기술에 대해 미국, 일본, 유럽, 중국과 기술수준 및 격차를 조사·발표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가 가장 경쟁력 있다고 자부하는 이동통신과 스마트 서비스 분야에서도 미국에는 0.9년 정도 뒤지고 일본, 유럽 등과는 큰 차이 없어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다. 중국과의 격차도 0.9~1년에 불과해 한 전문가는 당장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국민총생산(GDP)을 바탕으로 정부와 민간 공히 연구개발 투자비가 급증하면서 한국과의 기술격차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과거의 자본·노동 등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에서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획기적으로 품질은 높이고 가격은 낮추어야 하며 혁신제품을 먼저 시장에 내놓아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R&D투자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인텔은 연매출액의 20%를 R&D에 투자했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액의 7.4%를, SK하이닉스는 8.4%에 그쳤다. 중국의 화웨이도 지난해 매출액의 14%를 투자했다. 세계 5위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도 매출액 대비 2% 수준이지만 독일 폭스바겐 5.2%. 일본 도요다 3.5%, 미국 GM 4.6%, 포드 4.4% 등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 화학, 철강, 조선, 화장품 등에서도 우리나라 기업이 동종의 글로벌 기업에 비해 R&D투자 비중이 낮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 기조가 정착되면서 과거의 자본·노동 등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에서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으로 바뀌고 있다. 세계 주요국들은 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센티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향후 10년간 1000억$의 연구개발 세제 지원(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일본은 세액공제 한도액을 한시적으로 20%에서 30% 상향 조정했고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조세지원을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수확대와 대기업에 대한 특혜 이유로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연구개발비 총액의 최고 6%에서 작년3~4%, 금년 2~3%로 내렸다.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은 경제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역행하고 있어 기업의 R&D투자가 위축되고 미래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하는 R&D지원은 민간이 할 수 없는 무기개발, 우주항공, 과학수사 등과 단기간에 상업적으로 연결이 어려운 기초연구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대신 정부는 민간의 연구개발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액공제확대 등 다른 나라보다 더 과감한 인센티브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예산으로 하는 R&D지원도 생산성을 높이고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정부부처 각각 연구로 인한 중복과 성과 미흡에서 탈피하고 컨버전스 시대에 걸맞는 협업연구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연구자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연구에 몰두하도록 동기부여와 연구결과에 책임을 지는 풍토조성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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