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내진설계법 개정 이전 건축물 무방비 노출
지진 강도·빈도 증가… “6.3 지진 시 2만여명 사망”

▲ 한반도 연평균 지진 발생, 발생 지진 중 규모 5 이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네팔에 발생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3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한반도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라시아 판 내부에 있어서 지진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나, 1936년 7월 4일 지리산 쌍계사 지진과 1978년 10월 7일 홍성지진 등 파괴적인 지진이 발생한 경우도 있다. 쌍계사 지진의 경우 규모 5.1의 꽤 큰 지진이었으나 산 등지에서 일어난 지진이라 부상자 4명에 가옥피해 113동에 그쳤다. 홍성지진은 홍성군청을 중심으로 100여채의 건물이 파손됐으며 1000여채의 건물에 균열이 생기는 등 4억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에 의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체로 반도 내의 주요 단층이나 지체 구조의 경계면에서 발생했음이 밝혀졌지만, 최근 지진 계측 결과 지진 강도와 빈도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총 13회 관측됐다.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부터 1998년까지 규모 3.0 이상 지진 발생 횟수는 19.2회였지만,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7.7회로 늘어나는 등 강도와 빈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4월 충남 태안군 해역에서 규모 5.1 강진이 발생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진 대비책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1988년부터 건축물 내진설계법을 시행해 법으로 강제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법 개정 이전의 건축물 및 교량은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된 상태다.

실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내진설계 적용대상 공동주택은 전국적으로 모두 30만 7597동이지만 실제 내진 기능이 있는 건물은 18만 5334동(6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내진설계대상 건축물 9만 5866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물은 3만 5520동으로 37.05%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지하철 1~4호선의 내진설계 비율도 3.6%에 그쳐 보강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대로라면 한반도에 강진이 일어났을 경우 생기는 피해는 어마어마하다. 2010년 소방방재청의 지진재해대응 시스템 피해규모 예측 프로그램 시뮬레이션 결과를 살펴보면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지하 10㎞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했을 때 10분 만에 전국에서 2만 3736명의 사상자와 2만 6405명의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경우 1472동이 전파되고 3585동이 반파되며 18만 6119동이 부분 파손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정부는 내진 설계 대상이 아닌 기존 민간 건물이 내진 설계를 보강할 경우 재산세·취득세 등을 감면해주는 식으로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지진 발생 시 행동요령은 많은 시민들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적용에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회사원 남수영(28) 씨는 “고등학생 때 집(아파트)에서 지진을 느낀 적이 있다. 학교에서 지진 발생 시 책상 밑에 숨는 등 대피요령을 배웠지만 놀라서 어떤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지진이 나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지진이 멈춘 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진 발생 시 대피요령을 검색해 본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박태현(20) 씨도 “우리나라에 강한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며 “지진이 나면 책상 밑에 숨는 것까진 알겠는데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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