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불기 2558년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속리산 법주사에서 봉축 법요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충북도 “사찰 방문객에게만 관람료 징수” 제안
법주사 “속리산 전역에 문화재 존재… 절대불가”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충북도와 법주사가 속리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충북도가 구상 중인 문화재 관람료 폐지안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충북도는 등산객들에게 일괄적으로 징수하는 문화재 관람료가 속리산 관광 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판단, 이를 폐지하거나 법주사 방문객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징수하는 방안을 시행하려고 하지만 법주사의 강한 반대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법주사는 사찰 운영난을 이유로 ‘절대불가’를 외치는 입장이다.

속리산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지난 27일 충북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논의됐다. 충북도는 불자나 사찰을 구경하는 행락객만 문화재 관람료를 내게 하고, 순수 등산객들은 무료로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매표소를 옮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이날 회의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받는 장소를 현재의 위치에서 법주사 입구 쪽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법주사와 협의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 지사는 속리산 초입에 매표소를 설치해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법주사를 가든 가지 않든 속리산을 가는 사람은 모두 입장료를 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지사는 “등산객들이 관람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경북 상주 코스로 속리산 등산에 나서고 있다”며 관람료를 받지 않게 되면 “풍광이 빼어난 보은 코스를 다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주사는 그러나 속리산 내에 관리해야 할 문화재가 많다며, 이 지사의 제안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법주사 측은 “법주사 경내뿐 아니라 천왕봉과 문장대로 이어지는 등산 코스에도 사적·명승이 즐비하고, 이를 보호·관리하는 데 비용이 든다”며 “법주사 출입객에게만 관람료를 받으라는 건 정확한 사정을 모르고 하는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의 매표소 위치는 과거 국립공원관리공단 매표소가 있던 곳 그대로”라며 “이제 와서 매표소를 옮기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충북도는 재정 일부를 보전해주는 조건으로 문화재 관람료 전면 폐지를 제안했으나 충북도와 법주사의 입장이 달라 이마저도 법주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북도는 연간 관람료 수입이 8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4∼5억원을 보전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으나, 법주사 측이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객이 몰리면서 관람료 수입이 더 늘었다”며 연간 보전해 줘야 할 금액이 8∼9억원이라 주장하고 있다.

이는 충북도로서는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이 지사가 이날 회의에서 관람료 보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채 관람료를 받는 장소를 법주사 입구 쪽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해 보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재추진되는 속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도 탑승장 위치를 놓고 충북도와 법주사가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보은 속리산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은 시급한 사안인 만큼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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