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데 입찰에 대기업 7개 경합… 3대 1 경쟁률
재벌 오너들, 성장 동력 확보에 사업 ‘진두지휘’
업계 1·2위 롯데 vs 호텔신라 ‘자존심 대결’ 후끈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7월께로 예정된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을 놓고 유통 대기업 오너들 간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는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 확보를 위한 유통 공룡들의 사활을 건 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면세점 2곳의 사업권이 걸린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 경쟁에는 롯데면세점,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현재 추가 등록 기업이 없을 경우 서울 시내 면세점을 두고 3대 1의 경쟁률이 펼쳐질 예정이다.

대기업 오너들이 이같이 면세점 사업을 직접 챙기는 것은 최근 장기 불황에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는 데다 기존 유통채널이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그룹 또는 유통부문에서 새로운 ‘먹을거리’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면세점 시장 규모는 불황 속에도 연간 2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것. 게다가 시내 면세점의 경우 높은 임차료로 적자에 허덕이는 공항 면세점보다 수익성이 높아 유통 대기업 간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현대산업개발과 호텔신라는 지난 12일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세워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게 합작 면세점 후보지로 자사가 운영하는 용산 아이파크몰을 추천하는 등 시내 면세점 유치에 적극적이다.

양사는 용산 아이파크몰 4개 층에 최소 1만 2000㎡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국내 최대 규모 면세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정몽규 회장은 곧 관세청에 제출할 용산 아이파크몰 내 면세점의 설계·인테리어 등까지 직접 도면을 보며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부진 사장도 최근 두 회사의 실무진으로 꾸려진 면세점 사업 준비 태스크포스(TF)를 격려하는 등 서울 시내 면세점 프로젝트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롯데는 당초 서울 시내 6개의 면세점 가운데 이미 절반인 3곳의 사업권을 갖고 있어 독점 논란을 의식해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었다. 하지만 업계 경쟁자인 호텔신라가 적과의 동침까지 불사하며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에 뛰어들자 면세점 사수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게다가 연 매출이 2조 5000억원에 이르는 서울 소공점(롯데백화점 9~11층)과 잠실점(제2롯데월드 에비뉴엘 7~8층)의 계약이 오는 12월 만료돼 재계약을 확신할 수 없는 만큼 시내 면세점 사업권 도전이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게 롯데 측의 입장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신세계가 100% 출자하는 면세점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설립해 면세사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화했다. 특히 신세계그룹이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3조 3500억원의 투자를 확정한 만큼 그룹차원의 자금력을 면세사업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서울 시내 면세점 유치를 위해 ‘63빌딩’ 카드를 꺼내들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섰다. 한화갤러리아가 지난 23일 ‘중국 관광객이 좋아하는 금빛’의 여의도 63빌딩을 앞세워 서울 시내 면세점에 도전한 것도 그룹 김승연 회장의 판단이다.

김승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유통 등 서비스 사업 분야에서 어려운 시장 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행해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면세점 후발 주자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은 5월초 합작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합작법인에는 모두투어를 포함해 서너 곳 이상의 중견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시내 면세점 후보지로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확정했다.

롯데와 신세계, SK네트웍스는 아직 서울 시내 면세점 후보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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