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을 뜨겁게 달구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기 전에 만들었다는 권력 실세 제공 금품 리스트가 공개된 지 20일째가 돼 간다. 그동안 검찰에서는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8명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성 전 회장 측 핵심인사를 구속하거나 측근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마치고 분석 중이다. 검찰은 ‘성완종 게이트’의 전모가 담긴 비밀 로비 장부를 찾기 위해 다방면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으니 리스트 실세들에 대한 수사는 현재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진실을 밝히는 검찰의 신속하고도 성역 없는 수사다.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후보 핵심 측근들에게 선거자금을 주었다는 내용과 이완구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과 홍준표 경남지사 등에게도 검은 돈이 흘어 들어갔다는 의혹들은 리스트에 적린 금액이나, 성 전 회장의 생전 녹음을 통해 구체적인 정황들이 성 전 회장 측근 인사들에 의해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의혹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으니 검찰로서 답답한 모양새고, 정치권과 검찰 내부에서도 검찰수사보다는 특검이 낫겠다는 말이 흘러나오기도 한다.

지금까지 리스트에 오른 8인에 대해 검찰이 출국금지, 소환 등 직접 조치는 없다. 하지만 이 일이 발생하고 난 후 국민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4%가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실세들에 대한 검은돈 수수가 “대부분 사실일 것”이라고 믿고 있는 바, 그만큼 국민 불신이 크다는 점이다. 성 전 회장이 죽음을 무릅쓰고 알리려했던 ‘다잉 메시지(dying message)’의 효과가 나타난 것인데, 실세 당사자들이 말한 내용이 자주 바뀌고 정황과 다른 것도 짙은 의혹이다.

이 사건과 관련해 국민 관심사와 사건의 요체(要諦)는 현 정권 실세들이 과연 성 전 회장으로부터 검은돈을 받았느냐, 받았다면 그 돈으로 대선 또는 정치자금에 사용했느냐 하는 여부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검찰 수사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다 보니 별별 이야기들이 다 나오는 가운데 이 사건의 부수적인 문제, 즉 성완종 특별사면이 혼란 정국의 물 타기로 흐르면서 본 사건을 호도하고 있다. 특별사면은 순전히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과거 어느 정부에서든 있어 왔다. 그에 대한 왈가왈부는 후차적인 문제이고, 우선은 권력 실세들에 대한 검은 돈 수수 의혹이다. 검찰이 철저히 수사해 그 진실을 국민에게 낱낱이 밝히는 일이 요체요, 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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