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맞은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 정치인들의 방문으로 문턱이 닳을 지경이다. 일본 초당파 의원연맹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의원 100여명이 지난 22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데 이어 23일엔 아베 내각 일부 각료가 이곳을 찾았다. 과거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커녕 연일 우경화 행보로 일관하고 있는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현주소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이다. 야마타니 에리코 국가공안위원장은 23일 이곳을 참배했다. 그가 이번 봄 제사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건 아베 내각 각료로서는 처음이라고 한다. 같은 날 또 다른 각료인 아리무라 하루코 여성활약담당상도 참배에 동참했다. 아베 내각의 각료가 외교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은 순전히 개인만의 판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사에 대한 아베 총리의 태도와 역사인식과 무관치 않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아베 총리는 지난 22일 열린 단둥회의 연설에서 과거사 문제를 언급하긴 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 전쟁을 깊이 반성한다”라고만 했다. 과거사 반성의 핵심 표현인 식민지배나 침략, 사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2차 대전을 일으킨 데 대해선 반성했지만, 주변국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해선 사죄하지 않은 셈이다. 2005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일본은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많은 나라 특히 아시아 사람들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고 밝혔던 담화와는 사뭇 다르다.

단둥회의에서 아베 총리가 밝힌 대로 일본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라면 과거 주변국에 대한 식민지배나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죄 역시 선행돼야 한다. 특히 올해는 일본 패전 70주년이자 우리나라의 광복 70주년이다. 일본은 침략으로 우리나라 등 많은 나라에 고통을 준 악행에 대한 사죄와 반성으로 몸을 숙이고 숙여도 모자랄 판이다. 일본 각료 역시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강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본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는 전범국 딱지를 영원히 뗄 수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