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유재영(1948~  )

벌서고 돌아오는 길 먹잠자리 향해 함부로 돌 던진 일 미안하다 피라미 목 내미는 여울 물수제비 뜬 일 미안하다 자벌레 기어가는 산뽕나무 마구 흔든 일 미안하다 내를 건너다 미끄러져 송사리 떼 놀라게 한 일 미안하다 언젠가 추운 밤하늘 혼자 두고 온 어린별 미안하다, 미안하다

[시평]
세상을 살아가면서 미안함 참으로 많고도 많다. 그러나 우리들 그 미안함 잘 모르고 산다. 자신이 행한 모든 것에 자기 나름의 정당성을 부여하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보면, 어느 날 침잠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미안했던 일 많고도 많으리라.

학교에서 벌을 서고 돌아오다, 공연히 심통이나 앞으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를 향해 돌을 던지기도 하고, 아무 뜻 없이 여울로 돌을 던져 물수제비도 뜨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산뽕나무 아무 뜻 없이 마구 뒤흔들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그때 자신이 골이 나서, 또는 아무 뜻 없이 했던 일로 놀랐을 먹잠자리, 피라미 자벌레들, 아이고 그들에게 참으로 미안하구나. 나는 실은 너희들에게 아무러한 감정도 없었는데 말이다.

추운 밤, 집으로 돌아오면서 바라다본 밤하늘 가에 떠 있던 작은 별 하나. 나도 이렇게 추운데, 저 작은 별은 이 밤 얼마나 추울까. 이 추운 밤 내내 하늘에 떠서 오돌오돌 덜며 밤을 지새워야 하는 저 작은 별. 그 작은 별 그냥 두고 나만 따뜻한 방으로 들어와 잠이 든 그 저녁. 참으로 미안하다. 미안하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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