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이 22일 사나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공습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며 자신들의 무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반기문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편의 제공할 준비 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 한 달 동안 예멘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사상자가 5000명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공습을 주도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공습 중단을 선언해 휴전 가능성이 전망되고 있다. 정부군과 내전을 거듭했던 반군도 정치적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 반기문 “교전 재개 소식에 우려 커져”

사우디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근거지역을 공격하자 연합군을 구성해 지난 3월 26일 공습을 시작했고, 4주만인 이달 21일 공습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후티가 타이즈의 정부군을 공격하자 하루만인 22일 공습을 재개했다.

이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예멘 내 교전 재개를 우려하며 조속한 휴전을 촉구했다. 22일(현지시각) AFP 통신에 따르면 반 총장은 “사우디 주도 연합군의 공습중단과 정치적인 대화 재개 지원 발표를 환영한다”면서도 “교전이 재개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다시 우려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갈등이 끝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며 “이번 사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인 편의를 제공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반군인 후티 측은 예멘에 대한 공격과 봉쇄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조건으로 유엔 중재 하에 정치적 대화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수니파-시아파-알카에다’ 종교전쟁

정부군과 반군의 대립으로 내전을 겪어온 예멘에 외국군이 군사 개입을 시작한 때는 지난달 26일이다. 앞서 24일 예멘 정부가 반군을 저지하지 못해 외국군에 군사개입을 요청했고, 사우디 주도의 아랍권 수니파 동맹군이 전격 공습을 개시했다.

문제는 예멘 사태가 이슬람 수니파-시아파 간 알력 다툼이 됐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예멘 반군인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의 배후에 시아파 맹주인 이란이 있다고 확신했고, 이란이 예멘을 교두보로 삼지 못하게 하려고 반군을 향해 맹공격을 퍼부었다.

게다가 예멘에 지부를 두고 있는 알카에다도 동남부 하드라마우트, 샤브와, 아브얀 주를 중심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에 예멘은 사우디를 비롯한 수니파 동맹군, 후티를 중심으로 한 시아파 반군, 알카에다 등 세 세력이 총부리를 겨누는 참혹한 살상 현장이 됐다.

◆사망 1080명 부상 4352명… 식수 확보 어려움

전쟁의 고통은 국민들이 져야 할 몫이 됐다. 유엔이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인용해 지난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20일까지 한 달 동안 예멘에서 벌어진 교전으로 사망자는 1080명, 부상자도 4352명이나 된다. 공습 재개로 인한 추가 피해도 예상된다. 수도 사나를 비롯해 예멘 전역에서 이뤄지는 공습 때문에 피난길에 나선 주민도 15만 명이나 된다.

예멘은 인구가 2600만명으로 적지 않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GDP)이 3900 달러로 아랍권 최빈국에 속한다. 1인당 GDP 5만 2000 달러의 사우디아라비아와 4만 4000 달러의 오만에 둘러싸여 있다. 국민 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하며, 이번 내전으로 식량과 물이 거의 바닥났다. 물 부족 국가로 지하수에 의존하는 예멘은 현재 물을 퍼 올릴 연료가 부족해 식수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언론인 아이오나 크레이그는 현지 상황에 대해 “밤이면 촛불을 켜고 앉아 대공사격 소리와 폭탄 떨어지는 소리만 듣는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말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밤에 불을 켤 수 없는 건 물론 에어컨도, 선풍기도, 냉장고도 못 쓴다”고 미국공영라디오 PRI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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