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오는 26일(현지시각) 방미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향해 미국 언론들이 일제히 일제의 식민지배 및 전쟁 범죄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반성·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방미의 성공 여부는 아베 총리가 얼마나 정직하게 일본의 전쟁 역사를 마주할 것인 지에도 달려 있다”고 20일 ‘아베 총리와 일본의 역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논조를 밝혔다.

이어 “아베 총리가 공개적으로는 전쟁에 대해 반성을 표하고, 성노예 문제를 포함해 일본의 침략행위에 대한 과거의 사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자신의 발언에 ‘모호한 수식어’를 덧붙여 이를 희석하려 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게 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NYT는 “아베 총리는 일본이 21세기에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역할을 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일본은 자국의 과거에 대한 비판을 계속 거부하려 한다면 더 큰 역할을 신뢰감 있게 충족시킬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 포스트(WP)도 “아베 총리가 다음 주 행할 미국 의회연설은 지난 70년간 미국과 일본이 평화적 협력과 공통의 가치를 추구해온 점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과거사 문제를 피상적으로 언급한다면, 올해 동아시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P는 식민지배와 침략으로 주변국에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입힌 데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와 관련해서는 “역사수정주의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를 어떻게 다룰지 분명치 않다”며 “공개적으로는 과거의 담화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핵심어인 ‘식민지배’와 ‘침략’을 다시 쓸지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동아시아문제 칼럼니스트인 에몬 핑글톤은 19일 자 미국 잡지 포브스에 실은 칼럼에서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어젠다는 ‘사과 안하기(unapologize)’”라며 “아베 총리는 오웰리언(전체주의자)과 같은 태도로 일제의 악행으로 고통을 겪은 아시아와 미국, 서유럽, 러시아의 수백만 명을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진보 성향의 미국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쿠스 유에스에이’는 이날 칼럼을 통해 “과거에 대한 거짓말 위에 세워진 미래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적어도 안전하지 않다”며 “아베 총리는 전쟁 당시 일본의 극악무도했던 행동에 대해 깨끗이 털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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