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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이하 연령층, 대부분 SNS에 자살징후 남겨
‘사후세계 어떨까’ 등 죽음에 대한 호기심 표현
국내, 동반자살모집 등 유해정보 차단에만 초점


[천지일보=김민아 기자] #1. 지난 20일 모텔 화장실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을 시도한 A(28)씨는 여자 친구의 신고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A씨는 자살 시도 직전 여자친구에게 카카오톡으로 모텔 화장실에 번개탄을 피워놓은 사진 4장을 보냈고, A씨의 여자친구는 그의 부모에게 곧바로 이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휴대폰과 카카오톡 로그인 위치추적을 통해 소재를 파악, 자살을 기도한 A씨를 구조할 수 있었다.

#2. 반면 SNS에 자살 징후를 표현했지만, 주변의 무관심으로 목숨을 잃은 안타까운 경우도 발생했다. B(16)군은 게임을 하면서 알게 된 친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판타지소설을 마무리하면 죽겠다’는 글을 남기고, 카카오톡 프로필에 가톨릭 신자들이 묘비에 주로 새겨 넣는 글인 ‘requiescat in pace(편히 잠드소서)’를 써놓는 등 자살 징후를 보였지만, 그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B군은 지난해 9월 4층 난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SNS)가 자살 암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주변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고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20대 이하의 연령층은 SNS에 자살 관련 문구나 사진을 올리는 방법 등의 모습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SNS를 통한 자살예방 관련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전 세계인이 즐겨 사용하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페이스북(Facebook)의 경우, 미국의 ‘국립 자살 방지 라 이 프 라 인(National Suicide Prevention Lifeline)’ 등 정부기관과 정신건강 관련 기관이 협력해 자살예방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경우도 SNS자살방지시민연대에서 ‘자살방지 플랫폼 비개인-Begain’을 개발하는 등 자살 암시와 관련된 연구기반을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지만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이 또한 민간 차원에서 시행되는 프로젝트로 국가 차원의 예방시스템 개발 및 지원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SNS자살방지시민연대의 설명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내의 SNS 관련 자살예방 시스템은 동반자살을 모집하는 등 유해정보를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SNS에서 자살 징후를 발견하면 지역마다 설치된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보건복지부 긴급콜센터 등으로 연락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변의 작은 관심이 자살로 사라지는 안타까운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 삶에 대한 무의미함이나, 죽음에 대한 호기심, 절망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며 “SNS나 대화중에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 ‘사후세계는 어떨까’ 등 자살을 암시하는 표현을 발견하면 다그치지 말고 무엇이 힘든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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