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SK C&C와 SK가 합병한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삼성·현대차 이어 SK까지… “살아남기 위해 바꾼다”
지배구조 단순화로 신속한 의사결정… 사업 경쟁력↑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삼성과 현대차, SK 등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이 잇따르고 있다.

SK㈜와 SK C&C㈜는 지난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양사 간의 합병을 전격 결의했다. SK그룹은 “‘미래 신성장동력 확보 및 지배구조 혁신을 통한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통합법인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배구조 혁신은 옥상옥 논란으로 인한 불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를 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다.

최태원 회장-SKC&C-SK-사업자회사로 이어지던 복잡한 지배구조를 최태원 회장-SK 합병법인-사업자회사로 단순화했다. 미래성장동력을 합병의 이유로 꼽은 것은 그만큼 위기의식이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을 투명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의 지배구조 개편이 계열분리 과정에서 발생되는 것과는 달리 최근 재계에서 이뤄지는 지배구조 개편은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진행되는 추세다.

지배구조 개편에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삼성그룹이다.

삼성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제일모직과 삼성SDI의 합병(2014년 3월),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2014년 9월), 삼성SDS 상장(2014년 11월), 한화그룹과 빅딜(2014년 11월),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순환출자 고리를 단순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순환출자 구조는 4월 현재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 등으로 정리됐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배구조가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경영권 승계를 위한 큰 틀을 마련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현대차그룹의 계열 철강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도 지난 8일 합병을 결의했다. 양사는 오는 5월 28일 각각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안을 승인받고, 7월 1일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양사의 합병이 완료되면 현대제철은 자산 31조원, 매출액 20조원 규모의 거대 철강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또한 현대차그룹 역시 3세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준비 중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 구조다.

정의선 부회장은 최대주주(23.29%)인 현대글로비스 등 8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이 순환출자고리에서 기아차 706만 1331주(1.74%)와 현대차 6445주(0.00%)만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 지분 13.39%(502만 2170주)를 매각해 약 1조 1576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에 정 부회장이 순환고리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를 위해 거액의 현금을 만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배구조 개편의 바람이 재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고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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