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3만 시간 세계기록을 보유한 통역자원봉사자 이해영 씨. ⓒ천지일보(뉴스천지)

5일은 ‘자원봉사자의 날’. 바짝 얼어붙은 경제난에 연이은 파업과 시위로 10인 이상 단체 활동이 금지되어 봉사의 날 행사마저 잠잠한 겨울이다.

그러나 정부지원금 없이 35년간 통역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2007년 12월 세계 기네스협회로부터 30년 자원봉사기록을 인증 받은 이해영(64)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금도 하루 3시간 이상 통역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어 2009년 12월 현재 3만 4500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그는 매일 자기가 세운 기록을 넘어선다.

이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4시간씩 버스를 갈아타고 지금도 3시간 20분 이상 봉사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국내 각종행사 통역담당을 비롯해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시 통역 자원봉사자로선 유일하게 외국인을 안내한 국내에선 벌써 유명인사이다.

정부는 올해 9월 제헌절 61주년을 맞아 이 씨를 국민대표 61인에 선정해 이 씨의 이색기록에 화려함을 더했다.

그가 외국어와 인연을 맺은 것은 한국은행 일본 나고야 지점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일본을 갔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외국인학교를 다니며 자연스레 일본어를 배우게 되었고 꾸준한 노력으로 영어와 불어까지 섭렵해 현재 3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됐다.

본격적인 통역은 1974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을 때 한인들 사이 그 실력을 인정받아 현지 관광안내를 하기 시작했고, 88올림픽 당시 통역봉사자 요청으로 돌아오게 돼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다.

“올림픽을 한다며 한국에서 내게 연락을 해왔어요. 나라에서 부르니까 당연히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온 게 지금까지 봉사하고 있는 계기가 된 거죠.”

이후 세계태권도대회 레바논 대통령 딸 통역담당, 이명박 대통령 취임 시 유일한 통역 자원봉사자에 이르기까지 그가 기록한 이력과 상패만 해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아 그를 만나기 이틀 전 이 씨의 기네스기록을 취재하기 위해 해외 언론사에서 모여 이 씨의 식지 않는 명성을 실감케 했다.

이 씨는 “자원봉사자로서 2200시간을 기록한 분은 있지만 아직까지 내 기록을 깬 사람은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30년간의 자원봉사기록을 검증하는 작업만 해도 3년이 걸렸다. 이 씨는 “확인서를 일일이 일반 공무원과 국장급 이상 되는 사람들에게 인증 받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다”며 기네스협회로부터 ‘최장·최고 시간 통역자원봉사자’로 인증 받던 2007년 12월의 감격을 회상했다.

지금 그의 주 활동무대는 몽골문화촌, 다산유적지, 홍유릉, 민속촌, 수원화성 등지. 그곳에서 이해영 씨는 경기도 홍보대사로서 한국을 홍보하고 있다.

죽는 그날이 바로 기네스기록 ‘인증’에서 ‘등재’로 바뀌는 의미있는 날이라고 말하는 이해영 씨는 정부보조 지원금 없이 하루 종일 봉사에 매진함에도 2007년 5월 ‘자원봉사를 대중화하는 데 지도층 인사들이 솔선수범하자’는 취지의 경기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1365’에 가입해 1년 365일 자원봉사를 하기로 약속했고, 현재 경기도 자원봉사센터의 홍보대사로 그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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