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마루] ‘통영’ 자연과 벗한 예향(藝鄕) 도시②
[글마루] ‘통영’ 자연과 벗한 예향(藝鄕) 도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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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경치가 예술이라면 글 쓰는 사람, 그림 그리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은 재료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통영에는 유독 많은 예술·문학가의 삶이 공존한다.

▲ 박경리기념관 내부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

통영 출신 예술가는 많지만 그 중에서도 통영에서 태어나 통영에 묻힌 한국 현대문학의 어머니 박경리 소설가는 고향 통영을 글 속에 담아 자신의 내면을 들췄다.

작가는 외갓집이 이야기의 배경이었다는 소설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라고 고향 통영을 소개하고 있다.

▲ 박경리기념관에 전시된 선생의 생전 모습과 친필 원고 ⓒ천지일보(뉴스천지)
박경리 작가에게 통영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아버지와 남편, 아들을 잃은 영원히 아물지 않는 아픔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짙푸른 바다의 역사가 남긴 충렬사, 세병관, 해저터널 등은 어린 시절 작가에게 민족주의를 싹트게 한 배움의 장소였다.

생전에 박경리 작가는 “고향 통영은 어머니의 태와 같은 곳이다” “자연이 아름다운 것은 작가에게 큰 충격을 준다. 통영은 예술가를 배출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진 곳”이라고 극찬했다.

이번 탐방에서 박경리 작가의 예술혼을 쫓아 답사팀이 찾아간 곳은 세병관과 박경리기념관이었다.

◆평화 의미 담긴 ‘세병관’

▲ ‘하늘의 은하수를 끌어다가 병기를 씻는다’는 뜻의 세병관. 통제영의 중심 건물로 사용됐다. 박경리 작가가 어린 시절 민족주의 의식을 키운 의미 있는 곳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지난 2004년 50여년 만에 통영을 찾은 박경리 작가(당시 79세)는 세병관을 마주하고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세병관은 사명감을 갖고 태어났다. 눈에 눈물이 돌았다. 우리에게 세병관은 마음의 의지이자 두려움 그 자체다. 세병관의 완벽성이 놀랍다”라고.

답사팀이 찾은 통제영 내 세병관은 출입문부터 ‘창을 거둔다’는 뜻의 지과문(止戈門)이 경건한 마음으로 들어서게 하고, 정면에 걸린 크기부터 남다른 세병관 현판이 이곳의 깊이를 더했다.

‘은하수를 끌어다가 병기를 씻는다’는 뜻의 세병관은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 붙인 곳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쟁 없는 평화의 세상을 바라는 마음은 한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깃발의 시인, 청마 유치환

▲ 청마 유치환 시인 흉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우리가 ‘깃발의 시인’으로 기억하는 청마 유치환 시인도 통영 출신이다. 답사팀이 찾은 청마문학관 입구에서부터 그의 대표적인 시 ‘깃발’이 마주한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청마의 시에는 한과 애상, 자기 성찰과 외로운 투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시
가 한국현대시의 맥락에서 벗어나 있다고 비평할 수도 있다.

청마는 현재 친일파 논란의 중심에 있다. 하지만 시인이 처한 당시 상황을 알고도 ‘친일파’로 구분한 것인지 묻고 싶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당시만 해도 ‘문인보국회’ 같은 친일단체가 앞장서서 유명 예술인의 친일을 강요했다. 또 조선총독부는 각 경찰서의 정보과장을 앞세워 문학과 연극은 물론 모든 예술을 친일 도구로 이용하려 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서 청마와 같은 예술인이 친일 문학단체와 총독부의 강요를 벗어나는 것은 힘들었을 일이다.

그럼에도 청마는 그 누구보다도 글로나마 일제와 대항하며 자신의 회한과 내적 갈등을 극복해 가려는 의지가 분명했던 시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깃발’처럼 살다간 청마야말로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근대사에 있어 진정 ‘바위’처럼 살다가 갔다고 말할 수 있다.

문학관 마당 위편에는 유치환 시인의 생가가 복원돼 있다. 원래 생가가 있던 곳에서 복원에 어려움이 있어 지금의 청마문학관과 함께 자리한 것이다.

▲ 청마문학관에 전시된 유치환 시인의 詩 ‘깃발’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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