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진소방서(서장 김병로)가 15일 서울 성동구 사근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고령화 사회 변화 따라 심정지 환자, 갈수록 증가 추세
구급차 도착 전 응급조치해야… 국민 저변화 아직 미흡

[천지일보=임문식, 장수경 기자] 지난 2000년 4월 18일 롯데-LG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던 잠실구장. 경기 도중 롯데 자이언츠 소속이었던 임수혁 선수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아무도 심폐소생술 같은 응급처치를 시도하지 않았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생명의 골든타임’인 4분이 지났다. 병원으로 실려 갔으나 뇌사판정이 내려졌다. 결국 식물인간이 된 임 선수는 10년여의 투병 끝에 숨을 거뒀다. 사고 당시 심폐소생술 가능자가 주변에 없었던 것이 그의 운명을 가른 것이다. 이 사건은 심폐소생술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9일 초등학교 4학년인 한 여자 어린이가 50대 남성을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면서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다. 이 여아가 환자를 구한 것은 같은 날 강서소방서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운 지 불과 4시간 만의 일이었다. 만약 구급대가 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 환자가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이었다.

심폐소생술(CPR)은 심장이 멈춘 환자의 심장을 인공적으로 압박해 되살리는 처치술을 말한다. 인구고령화 등 사회 변화에 따라 심폐소생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심정지 발생 규모는 2008년 41.4명, 2010년 44.8명, 2013년 46.3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반면 구급대의 도착 시간은 그 반대다. 교통량 증가와 인력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 도착 시간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구급차가 아무리 빨라야 10분 내로 도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4분 이내에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하는 심정지 환자를 구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다. 따라서 최초 발견자의 심폐소생술 시행 여부가 생존의 관건이 되는 셈이다. 2013년 심정지 조사 결과 분석에선 심정지 환자의 전체 퇴원생존율이 4.9%인데 반해,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경우 퇴원생존율은 13.7%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정부에선 심폐소생술 저변 확대에 주력해왔다. 지방자치단체와 각종 재난안전 관련 단체, 학교, 민방위 훈련장 등 다양한 통로로 심폐소생술을 교육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최근 심폐소생술 교육을 졸업 요건으로 두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국민적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일반인의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2008년 1.8%, 2010년 3.2%, 2013년 8.7%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의 결과로 보고 있다. 세월호 사건 등으로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한국민응급처치협회 김수성 대표는 “예전에는 심폐소생술에 대한 관심이 덜했으나, 지금은 여러 매스컴이나 홍보 등을 통해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외국의 경우 미국은 33%, 일본은 35%, 싱가포르는 21%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사람을 구하다가 잘못될 경우 본인이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렸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 전문가의 말이다.

대한인명구조협회 이원태 교육원장은 “우리 국민의 안전불감증과 남의 불행에 대한 무관심을 고쳐야 한다”면서 “외국의 심폐소생 시행률이 뛰어난 것은 응급상황이 생기면 누구나 도와주려 하지만 우리는 지나가다가 기껏 신고 전화나 해주는 게 끝이다.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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