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눈 번히 뜨고 있는데 코 베어간다는 말이 실감난다. 일제의 부활을 꾀하는 일본 수상 아베와 의기투합하는 국수주의적인 무리들이 그러고도 남을 위인(爲人)들이다. 저들은 요즘 또 독도가 저희네 땅이라고 주장하며 새삼스럽게 발광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교과서에 ‘독도가 역사적으로 법률적으로 엄연히 저희네 땅인데 한국이 불법 강점하고 있다’고 기재하고 그들의 정부 문건인 외교 청서(靑書)에도 처음 그런 내용을 집어넣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말할 때 우리가 쓰는 우리의 수사(修辭)와 논리까지도 저들이 어느 새 도적질해가 쓰고 있음을 알게 한다.

이것으로 보아 독도를 먹어치우기 위해 온갖 짓들을 다 해온 저들이 이제는 독도가 저희네 땅이 다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한국 정부가 이른바 가당찮은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며 저들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제때에 혼쭐을 내어 바로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래서 도리어 저들의 사악한 버르장머리가 더 나빠졌다. 간덩이가 붓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그것이 무리가 아닌 것이 무섭게 짖어야 할 ‘파수견(watchdog)’들이 도둑을 보고도 짖지 않으므로 남의 집 물건을 마치 제 물건인 양 마음대로 주물러대고 심지어는 저희네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지경이 되고 만 것이다.

도대체 왜 주인인 우리는 조용해야 하고 적반하장으로 도둑이 당당해야 하지? 이것 참 이해할 수 없고 억장 무너지는 일 아닌가. 도둑은 세상 천지에 대고 우리 땅 독도가 저희네 것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는데 주인인 우리 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것이 더 국민들로 하여금 열을 받게 한다. 외교 당국자들은 일본이 아무리 독도가 저희네 땅이라고 주장한들 엄연히 우리 땅이 그들 땅이 될 수 없는 것이라며 걱정할 것 없다는 듯이 말한다. 얼핏 침착해 보이지만 무책임하다. 그것이 진정 우리 영토에 대한 일본의 강도짓에 대처하는 유효한 대책이 된다고 보는가. 그것이 안이한 것이 아니고 당국자들의 말마따나 효과가 있는 것이었다면 어떻게 지금처럼 일본이 점점 도발의 수위를 높여 오던 끝에 우리 영토를 빼앗아 가려는 강도짓의 꼭짓점을 찍고 나설 수가 있을 것이냐는 말이다.

몽진(蒙塵)과 환도를 되풀이한 선조 임금과 임진왜란을 함께 겪은 류성룡(柳成龍)이 쓴 ‘과거를 경계해 미래에 대비한다’는 뜻의 ‘징비(懲毖)’의 의미를 되씹어볼 때가 지금 같다. 일본은 과거 우리의 국권과 우리 땅을 통째로 집어 삼키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파렴치한 침략 전과국(前過國)이며 그 누범국(累犯國)이고 불량 이웃이다. 이처럼 일본은 침략주의 근성을 타고난 나라다. 일본이 과거 1905년 을사늑약을 맺고 1910년 국권을 빼앗으며 우리 땅을 침탈 병합한 것은 우리 것이 아니고 우리 땅이 아니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엄연히 우리 것을 빼앗아 갔다. 따라서 엄연히 우리 땅인 독도를 저희네 것이라고 한들 어떻게 빼앗아 갈 수 있느냐고 말하는 외교 당국자들의 말은 근심을 안겨주기에 딱 알맞다. 얼마나 더 그들에게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 

역사를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1895년 10월에 일본의 정치 불량배들과 일본군들은 야밤에 궁중을 난입해 명성황후(明成皇后)를 시해했다. 도무지 상상이 안 되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그런 가증스런 짓을 그들은 본국의 훈령에 따라 궁중을 피로 물들이며 태연히 저질렀다. 왜놈들이 그런 놈들이고 일본이 그런 나라다. 그럼에도 우리는 역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속고 또 속아왔다. 더 먼 과거로 가보자. 1592년에는 일본 전국(戰國) 시대의 혼란을 수습하고 통일한 일본의 새로운 실력자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20만 대군을 동원해 조선에 쳐들어왔다. 그들은 그때부터 1598년까지 7년 동안 이 강토를 유린하고 우리 백성들을 수도 없이 도륙하고 납치해갔다. 그것이 조선의 선조와 류성룡, 조선 백성 전체가 겪은 임진왜란(壬辰倭亂)인 것이다. 그때 그들이 동원한 침략의 구실은 가소롭게도 ‘명나라를 치려하니 길을 비켜달라’는 뜻의 ‘정명가도(征明假道)’였다. 이런 능멸(陵蔑)이 어디에 또 있을 수 있는가. 그렇지만 그들은 그런 트집으로 조선을 기어이 침략했다. 조선 말 일본의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 등장한 정한론(征韓論)이 결국 조선 침탈로 이어졌듯이-.

따라서 독도가 저들 땅이라고 하는 것처럼 저들이 엉뚱하고 파렴치한 소리를 할 때 우리 정부나 국민 반응은 절대로 지금처럼 미지근해서는 안 되며 확고하고 단호하고 준엄해야 한다.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들을 외교부로 불러들여 빤하고 판에 박은 항의나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곤 해서는 저들의 사악한 기도가 막아지지 않는다. 저들은 원래가 겉 다르고 속이 달라 음모가 깊다. 한·미·일 안보 공조를 구실 삼아 저들이 지금 미국의 조야를 저들 편으로 움직여 위안부 및 과거사 문제에서 우리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1905년 미국과 맺은 가쓰라-태프트 비밀 협약으로 필리핀에 대한 권리는 미국에 주는 대신 한반도를 저들 권리의 소관으로 흥정했던 짓을 다시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사는 명확히 가르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