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통해 범죄 사실 기록… 공개 사과 예배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 한 신학교가 11년 전 사망한 교수의 성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예배를 드려 눈길을 끌고 있다.

아나뱁티스트 메노나이트 성경신학교(Anabaptist Mennonite Biblical Seminary, AMBS)가 지난 3월 22일 11년 전 사망한 기독교윤리학자인 교단 출신 존 하워드 요더의 성도착증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공식 사죄하는 예배를 진행했다고 현지 매체 엘크하르트진실이 보도했다.

신학교가 사죄하기까지 과정이 짧지는 않았다. 지난 2013년 뉴욕타임즈는 메노나이트 교단이 요더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치유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비판 보도해 성범죄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교단 핵심 인사들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요더의 성범죄와 관련된 자료들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또 피해자들의 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었다. 이에 역사학자인 레이첼 윌트너 구센에게 요더의 모든 범죄 과정을 기록하도록 부탁했고, 구센은 피해자와 직장 동료와 과거 신학교 행정 직원 등 29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구센은 올해 1월 교단 잡지인 메노나이트쿼터럴리리뷰에 ‘야수의 엄니를 뽑다: 존 하워드 요더의 성 학대에 대한 메노나이트의 대답’이라는 글을 발표하며 교단 측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교가 요더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 100여 명의 고통을 인정하는 예배를 드린 것이다.

이 자리에는 요더가 AMBS의 전신인 고쉔성경신학교에 교수로 재직할 당시 총장이었던 이블린 쉘렌버거가 참석했다. 그는 “요더의 성범죄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AMBS의 현 총장 쉥크는 “당신들(피해자들)에게 한 일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통탄할 정도로 잘못된 일이었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두면 절대 안 되는 일이었다. 우리는 당신들을 실망시켰고, 교회를 실망시켰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실망시켰다”고 사죄했다. 이후 AMBS의 교수진과 이사회는 “다시는 유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하고, 성적으로 학대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며 성명을 낭독했다. 또 학내에서 성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처 방안 등을 재정립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엘크하르트진실은 이번 예배를 가리켜 ‘요더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의 아픔을 시인했을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이 처음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용서를 구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