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아르메니아 식으로 거행된 미사에서 100년 전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150만 아르메니아 대학살을 "20세기 최초의 민족대학살"이라고 분명히 규정한 로마 가톨릭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아르메니아 동방정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가 감사의 말을 하며 포옹하고 있다. (사진출처: 뉴시스)

아르메니아 참사 100주기 기념 미사서 ‘대학살’ 지칭
터키, 바티칸 주재 대사 본국 소환… 외교 갈등 촉발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차 세계대전 기간에 발생한 아르메니아 참극을 ‘대학살’로 지칭하며 터키와 외교 갈등을 촉발시켰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AP, AFP 통신 등은 12일(현지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열린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기 기념 미사에서 아르메니아 참극을 ‘대학살’이라고 지칭하며, 이를 부인하는 터키와 역사적 해석을 두고 대립했다고 전했다.

교황은 “지난 세기에 인류는 세 차례 거대하고 전례 없는 비극을 겪었다”며 “20세기 최초의 ‘대학살(제노사이드, genocide)’로 여겨지는 첫 번째 비극은 아르메니아인들에게 닥쳤다”고 말했다.

다수 역사학자는 1차 세계대전 기간에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튀르크 제국과 러시아 제국의 전투 과정에서 일어난 이 사건을 20세기 최초의 대학살로 보고 있다. 오스만 튀르크 제국 군대는 1915년 4월 24일부터 1917년까지 식민 통치하에 있던 이웃 나라 아르메니아의 독립운동을 분쇄하는 군사 작전을 개시해 최대 150만명을 조직적으로 살해했다고 역사가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터키는 이 참극이 당시 오스만 제국을 침공한 러시아에 아르메니아인들이 가담하면서 발생한 내전으로, 희생자 수도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졌다고 맞서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발언은 아르메니아와 터키가 역사적 해석을 두고 대립하는 까닭에 주목됐다.

교황은 “악을 숨기거나 부인하는 것은 상처에 붕대를 감지 않아 출혈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며 “우리는 무분별한 살육의 잔인성을 기억한다. 기억상실은 상처를 곪게 하는 것과 같기에 아르메니아인들의 기억을 기념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날 미사는 아르메니아 대학살 100주년 추모일인 4월 24일을 기념하기 위해 아르메니아 동방정교회 수장인 카레킨 2세 총대주교, 세르즈 사르키샨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아르메니아 가톨릭식으로 열렸다.
앞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2000년 ‘대학살’이라는 말을 사용했으나 터키의 반발을 사자 이듬해 아르메니아 방문 때 ‘거악(Great Evil)’이라는 말을 대신 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르메니아 대학살과 함께 나치 홀로코스트와 스탈린 대숙청을 함께 언급했다. 이어 캄보디아, 르완다, 부룬디 및 보스니아에서도 대학살이 있었다고 말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앙카라 주재 바티칸 대사를 초치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학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데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고 BBC가 보도했다. 이어 바티칸 주재 터키 대사까지 본국으로 소환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터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역사적, 법적인 진실과 거리가 너무 먼 교황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종교적인 자리는 근거 없는 주장이 만들어지고 증오가 촉발되는 곳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모든 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고, 편견에 치우쳤으며, 역사를 왜곡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아나톨리아(터키)’가 겪은 고통을 축소하는 교황의 주장을 터키 국민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