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국무총리가 14일 국회에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돈 3천만원’ 액수 공개
거듭 부인하는 李 총리
여당도 “총리부터 수사”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하던 이완구 국무총리가 구체적인 금액마저 공개되면서 최대 위기로 내몰렸다. 이에 여론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어 현직 총리로서의 낙마 가능성도 점쳐지는 분위기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그에게 건넸다는 금액이 14일 경향신문 보도로 알려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하고 있다. 이 총리는 이를 부인하면서도 검찰 수사는 받겠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성 전 회장의 숨지기 전 9일 새벽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이날 추가로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지난 2013년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이 총리 선거사무소에서 3000만원을 건넸다. 인터뷰에서 성 전 회장은 당시 회계처리를 했느냐는 질문에 “뭘 처리해요. 꿀꺽 먹었지”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개혁을 하고 사정을 한다는데, 대상이 누군지 모르겠어요. 사정을 해야 할 사람이, 당해야 할 사람이 거기가 사정하겠다고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이 이완구 같은 사람. 사실 사정대상 1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성 전 회장 시신에서 발견된 ‘금품 리스트’ 메모엔 이 총리의 이름만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구체적인 액수까지 튀어나오면서 이 총리가 궁지에 몰리게 됐다. 당장 야당은 이 총리의 총리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 내부에서도 총리직 사퇴론이 커지고 있다. 관가에서도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이 총리가 총리직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총리가 버티더라도 부패 척결을 앞세웠던 리더십이 상처를 받으면서 국정 장악력을 급속히 잃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와대는 “지켜보자”며 신중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민경욱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일단 검찰 조사가 시작됐고, 필요하면 이 총리가 조사에 응한다고 말씀하셨다”면서 말을 아꼈다. 청와대로선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 총리,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사퇴 여론 확산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들이 낙마할 경우 국정 동력 상실은 물론, 인사 실패에 따른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당시부터 계속된 인사 참사로 곤혹을 치렀다. 초대 총리로 지목됐던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이 아들 병역과 재산 문제로 낙마한 데 이어 안대희 전 대법관, 문창극 총리 후보자 역시 각종 논란으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현직인 이 총리와 이 실장이 낙마하면 사상 초유의 사태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총리는 구체적인 수수 금액이 알려진 데 대해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서 기자들에게 “성 전 회장으로부터 한 푼도 받은 적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국회 본회의장 입구에서도 돈 거래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돈 받은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파문이 커지자 적극적인 검찰 수사 요구로 선긋기에 나섰다. 긴급 최고위원 직후 유승민 원내대표는 “검찰은 국무총리부터 수사하라”면서 야당의 특검 요구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총리 직무 정지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어 총리 거취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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