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 다큐 마지막편인 8부에서 스스로 밝힌 한국교회의 문제점은 ‘교회에 말씀이 없다’는 것이다. (사진출처: CBS 영상 캡처)

 

요즘 기독교에서 뜨겁게 회자되고 있는 교단이 있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다. 특히 800만명이 넘는 주류 개신교계가 20만명도 안 되는 신흥 소수 종단을 향해 쏟아 붓는 경계심은 삼엄할 정도다. 교회마다 이른바 ‘신천지 OUT’ 캠페인을 벌였고, 최근에는 CBS 기독교방송이 특별기획 프로그램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제작해 방영하며 강제개종교육의 문제점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CBS가 조명한 강제개종교육의 현실을 감금, 말씀, 가정불화로 나눠 살펴보고자 한다.

 


“설교 내용 모두 헌금·전도로 귀결”
‘복 받는 비결집’으로 전락한 성경
근본 원인은 ‘말씀 없는 교회’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사람들은 만나면 이런 얘기해요. ‘우리 목사님은 어떤 본문을 내도 결론은 헌금이에요.’ ‘우리 목사님은 어떤 본문으로 얘기해도 결론은 전도예요.’ 이렇게 돼 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하자 그 풍성한 성경책이, 성경의 내용이 전부 기적이라든가 복 받는 비결이라든가 그런 것으로 줄어들게 되고요, 그렇게 되면서 성경의 내용이 너무 빈약해 버리는 거예요.”

신우인(포이에마예수교회) 목사가 진단한 작금의 한국교회 실태다. 성경의 모든 내용이 헌금과 전도로 귀결되는 설교만 하는 현실에서 성경은 ‘복 받는 비결집’으로 전락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알고자 갈급해하는 성도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없게 됐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다른 목회자들의 지적도 비슷하다. 박은조(은혜샘물교회) 목사는 한국교회에 ‘돈 바람’이 분다면서 ‘예수 믿으면 잘산다’는 식의 성공주의가 판친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말씀의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거룩해지라는 것인데 우리는 그것을 놓치고 있다”고 일침했다.

CBS 다큐 ‘관찰보고서-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은 한국교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스스로 밝히고 있다. CBS는 마지막편인 8부에서 “한국교회는 이대로 올바르다고 할 수 있는가, 성도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가 묻고 싶다”며 이 모든 일의 근본 원인은 말씀이 없는 교회, 바르지 못한 목회자들이 문제라고 꼬집고 있다. 이런 지적은 다큐 곳곳에서 나타난다. 성도들이 신천지로 가는 이유는 ‘말씀을 찾아서’라는 것이다. 하나님을 더 알고 싶어서, 말씀에 대한 갈급함을 교회에서는 해결할 수 없어서 그 목마름을 해결해주는 신천지를 찾아간다는 것을 목회자들도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이다.

강신유(광주이단상담소장) 목사는 한국교회가 “숫자 늘리는 데는 관심 있지만 한 영혼을 사랑하는 데는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고 고백했다. 영화 ‘제자, 옥한흠’ 속 옥한흠 목사는 “평신도에겐 죄가 없다”며 교회의 모든 문제점은 목회자의 잘못이라고 성토했다. 옥 목사는 “교회 사자가 바로 서면 평신도도 바로 선다”며 “목회자가 바른데 평신도가 거짓말을 하겠느냐, 교육자가 음란하지 않은데 평신도가 간음하겠느냐”면서 목회자의 회개를 촉구했다.

CBS는 이번 다큐에서 평신도들이 성경을 잘 알지 못함으로 잘못된 신앙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식으로 구성해 방송했지만 사실상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한국교회의 근원적 문제점이 무엇인지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한 출연자는 “지금 일반 교회들 같은 경우 신천지에 대응할 능력이 사실 안 된다”고 인정했다. 신천지는 성경 말씀 하나로 성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말씀으로 신천지에 대응할 수 있는 일반 교회들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성도들에게 말씀이 없는 것은 그들을 가르치는 목회자들에게 말씀이 없기 때문이고, 목회자들이 말씀을 모르는 것은 신학교에서도 말씀을 모른다는 방증이 될 뿐이다.

최근 미국의 베들레헴신학교 학장인 존 파이퍼 목사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DesiringGod.org)에 “신학 공부를 평생 해도 하나님을 모를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파이퍼 목사는 “신학박사들이 간음을 더 많이 한다고 믿는다”면서 “이들이 덜 교육받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기를 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왜냐하면 그들이 하나님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학을 공부했으면서도 하나님을 모를 수 있다는 신학박사의 고백은 충격적이다. 목회자들의 지적처럼 ‘풍성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신학교는, 일반 교회는 얼마나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성도들에게 제대로 전하고 있을까? 목회자 스스로의 자책처럼, 평신도들이 느끼는 것처럼 한국교회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고 전하는 교회와 목자가 없는 것이다.

뒤늦게 ‘성경으로 돌아가자’ ‘말씀 중심으로 회복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과 목소리는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말씀 중심’ ‘성경 중심’을 외치던 한국교회는 그렇게 되기는커녕 ‘돈과 권력’ ‘분열과 갈등’ ‘비리와 타락’ 등의 키워드가 자리 잡았다. 대사회적 신뢰도의 추락으로 ‘회개와 자성’을 끊임없이 외치고 있지만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와 변화를 얻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신천지에 빠진’ 성도들은 CBS도 인정한 것처럼, 하나님과 성경을 더 알고 싶어서, 바른 신앙을 하고 싶어서 말씀을 찾아다닌 순수하고 열심있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한국교계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