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청와대)
2007·2012년 대선자금 언급… 정부 도덕성 도마 위에
집권 3년차 성과 내야 할 시기에 돌발악재로 ‘전전긍긍’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대선자금 의혹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이번 파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요인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성완종 전(前)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 2007년과 2012년 대선자금을 언급, 파장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11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과 관련해 ‘현금 2억원을 어디서 줬느냐’는 질문에 “뭐 같이 (조직본부) 사무실 쓰고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성 전 회장은 또한 2007년 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현금 7억원을,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벨기에 방문을 수행하기 전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10만달러를 줬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여당은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일단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면서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여론의 흐름을 주시하는 분위기다. 새누리당 역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면서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김무성 대표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 데는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현재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은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친박(친박근혜) 핵심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관련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홍문종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고 “‘성완종 2012년 홍문종에 대선자금 2억 줬다’는 기사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소설”이라며 “단 1원이라도 받았다면 정계은퇴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현 정부의 핵심실세들이 리스트에 올랐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파동을 수습한 상황에서 돌발악재가 터졌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이번 파문이 4.29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특히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 24일 민주노총·전국공무원노조·전국교직원노조 총파업, 4.29재보선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인 16일 중남미 순방길에 오르는 것도 이번 파문으로 불거진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파문이 커질 경우, 집권 3년 차를 맞은 박 대통령의 원활한 국정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성과를 내야 하는 시기에 국정운영의 추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4대 부문 개혁 등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과제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조기에 가시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리스트의 사실 여부에 따라 집권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야권은 호재를 만난 듯 총공세로 전환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파문을 ‘친박 권력형 비리 게이트’로 규정, 당내에 대책위를 꾸리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내에선 국회 국정조사, 특검 도입, 특별감찰관 감찰 등의 다양한 카드가 거론된다.

김성수 대변인은 11일 서면 브리핑에서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현 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인 이번 사건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지시해 국민적인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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