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이가연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

밥상 세 개
다리 12개

숟가락 하나
젓가락 하나

그리고
그리움, 너

[시평]
이가연은 북한에서 망명한 시인이다. 북에다 가족을 남겨두고 이곳 남쪽에 와서 살고 있는 시인이다. 그러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가족들이 북에 남겨져 있다. 그 가족들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

가족에의 그리움은 참으로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함께 앉아 밥을 먹고, 한 집안에서 잠을 자며, 살과 살을 맞대고 부비며 살던 가족들. 그래서 함께 앉아 먹던 밥상, 그 밥상을 떠받치고 있던 밥상다리. 밥상에 놓여 있던 숟가락, 젓가락.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라 가족은 곧 식구(食口)라 부르지 않는가. 이제는 그 식구들을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는 이곳에서, 그들과 떨어져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그리움의 숟가락질과 젓가락질. 그런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삶. 그리고 그리움, 너. 식구들이여.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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