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용기요, 미리 대비하는 것은 지혜이다. 전국시대 최고의 모략가 장의(張儀)가 초에서 진으로 갔다. 당시 진에서는 진진(陳軫)이 명성을 날렸다. 친구 소진(蘇秦)에게는 의리를 지킨 장의지만 진진에게는 달랐다. 진진도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장의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전신(田莘)에게 혜왕을 만나 이렇게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진헌공(晋獻公)은 주지교(舟之僑)의 위명 때문에 괵(虢)을 토벌하지 못했습니다. 헌공은 순식(荀息)의 계책대로 미녀와 악사를 괵으로 보내자 괵의 정치가 문란해졌습니다. 주지교는 군주가 말을 듣지 않자 괵을 떠났습니다. 헌공은 괵을 멸망시켰습니다. 또 궁지기(宮之奇)라는 인재 때문에 우(虞)를 침략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는 남색(男色)을 밝히던 우의 군주에게 미남자를 보냈습니다. 미남자의 활약으로 위신이 추락한 궁지기는 우를 떠났습니다. 헌공은 손쉽게 우를 멸망시켰습니다. 강적 초는 횡문군(橫門君)의 군사적 능력과 진진의 지혜 때문에 장의를 보내 두 사람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혜왕은 장의의 말을 믿지 않았다. 고심하던 장의가 다시 혜왕을 설득했다.

“초는 진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지만, 진진은 매우 존중하고 있습니다. 진진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진진은 초로 가려고 합니다. 왜 그 이유를 묻지 않습니까?”

혜왕이 진진에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진진이 대답했다.

“장의뿐만 아니라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오자서(伍子胥)는 충성심 때문에 다투어 그를 신하로 삼으려고 했으며, 증삼(曾參)은 지극한 효자였기 때문에 모두 아들로 삼고 싶었습니다. 종이나 첩을 팔려고 내놓으면 충직하고 정숙한 순서대로 팔립니다. 소박맞았어도 같은 동네로 시집가면 좋은 여자입니다. 신이 대왕께 충성하지 않는다면 초가 저를 받아주겠습니까? 충성을 다해도 신을 버리려고 하시니, 초가 아니라 어디라도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혜왕은 진진을 더욱 신뢰했다. 천하의 모략가 장의도 진진을 당하지 못했다. 1년 후 진왕이 장의를 승상으로 삼자 진진은 초로 도망쳤다. 초왕이 그를 진에 파견했다. 진진은 양(梁)을 지나다가 공손연(公孫衍)을 만났다. 그도 장의와 앙숙이었다. 진진이 말했다.

“위의 전수(田需)는 합종을 모색하고 있지만 초왕은 믿지 못합니다. 위왕에게 연과 조를 방문하겠다고 요청하십시오. 허락하면 연과 조로 갈 것처럼 하십시오.”

연과 조의 간첩들이 그 사실을 본국에 보고했다. 초왕은 전수가 약속을 저버렸다고 화를 내며 전수의 육국합종책을 믿지 않았다. 제가 서둘러 서수를 초대하여 중용했다. 진진이 서수를 도운 것은 장의와의 4번째 대결을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진진이 도착하자 혜왕은 초에서도 과인이 생각나더냐고 물었다. 진진이 대답했다.

“초의 집규(執珪) 장석(莊舃)이 병에 걸리자 초왕은 월의 비천한 사람이었던 장석이 월을 생각할까 아닐까 궁금했습니다. 시종이 사람은 누구나 병에 걸리면 고향을 하니 어느 나라 노래를 부르느냐를 보라고 말했습니다. 초왕이 사람을 시켜 들어보니 과연 장석은 월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신이 버림을 받아 초로 갔지만, 어찌 진의 노래를 부르지 않겠습니까?”

진왕은 위와 초가 1년 동안 싸우자 파병 여부를 고민했다. 진진에게 대책을 물었다.

“변장자(卞莊子)가 호랑이를 찌르려고 하니 심부름 하던 아이가 말렸습니다. ‘호랑이 두 마리가 소를 먹으려고 합니다. 맛이 좋으면 반드시 서로 다투겠지요. 강한 놈은 부상을 입을 것이고, 약한 놈은 죽겠지요. 부상당한 호랑이는 쉽게 잡습니다. 대인은 호랑이 두 마리를 다 잡을 수 있습니다. 신의 계책이라야 별 것이겠습니까?”

진진은 다시 혜왕의 신임을 얻었다. 그는 장의의 호적수다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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