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북한이 핵에 목숨을 걸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돼온다. 핵 때문에 국제적인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북은 서슴없이 비핵화를 논의하는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단호히 천명하고 있다. 이는 핵을 안고 죽으면 죽었지 핵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과 같다. 그들의 의지가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핵보유국으로 공인되면서 국제적인 규제가 중단될 턱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핵은 북의 목숨이며 북의 목숨은 바로 핵인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국제적으로 골칫거리의 하나였던 이란의 핵문제가 밀고 당기는 12년 동안의 협상 끝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이란이 국제사회를 대표한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을 상대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은 것은 그들에게 가해져온 규제(sanctions)를 견디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규제는 그들에게 몹시 혹독했던 것 같다. 오죽했으면 핵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질러댔겠는가. 그들은 외치기를 ‘겨울은 끝났다, 로하니(Hassan Rouhani) 대통령에게 감사한다. 이제는 사업도 하고 투자용 종자돈도 쓸 수 있게 됐다’고 했으며 너무 좋은 나머지 울부짖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란은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에서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자원부국임에도 그것들의 수출 길이 규제로 막혔었다, 얼마 후 협상이 완전 타결돼 최종합의문이 나오면 그 규제는 풀린다. 지금 당장 풀리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은 그 같은 규제 때문에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물가는 치솟아 민생이 고통의 심연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 고통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테헤란 시민들의 성급한 환호의 반응이다.

이란이 협상에서 이룬 합의와 그 합의의 파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북한과는 얼마나 다를지 모르지만 협상의 최종 결말에 대한 예단은 어렵다. 그렇다고 하면 테헤란 시민들의 반응은 때 이른 것으로서 아직 끝나지 않은 협상에서 협상국의 큰 약점을 드러내고 마는 것이 된다. 이것이 웅변하는 것은 그만큼 이란과 이란 국민들의 민생이 다급해졌다는 것이다.

‘이란’이라는 어려운 ‘핵’의 한 고비를 넘긴 세계의 관심이 이제 핵문제의 마지막 남은 골칫거리인 북한에 쏠리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북이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으르렁거림에도 국제사회의 핵 포기 압력이 그것 때문에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들이 버티면 버티는 만큼 핵을 포기하도록 하려는 규제와 압력도 비례해서 커진다고 봐야 옳다. 저들이 외부 규제와 압력에 못 견디면 체제가 내파(implosion)의 후과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은 하기 어려운 짐작이 아니다, 그것은 곧 저들의 붕괴다.

혹여 외부의 규제와 압력을 견디어 낸다 하더라도 저들에게 희망적인 미래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핵이 저들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차라리 핵을 포기하고 중국 식 개혁 개발에 나서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는 것이 저들에게는 국제 규제에 시달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핵 보유보다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지 모른다. 이 같은 사정들을 저들이 모를 리 없음에도 핵에 저렇게 씐 듯이 집착하는 것은 저들의 상황이 어차피 이판사판이기 때문이다. 저들에게는 한마디로 핵 말고는 정권과 인민을 끌고 나갈 더 이상의 희망적인 통치 및 집권 재료가 아무 것도 없다. 이미 저들은 핵에 매달려 돈을 쓰느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도 남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다 날려버렸다고 봐야 한다.

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저들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다면 우리와 세계는 항상 재앙의 화근을 안고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저들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과 습성적 도발, 협박으로 체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핵을 가졌다고 할 때의 저들은 더욱 마음을  놓고 대할 이웃과 세계의 성원이 될 수 없다. 더구나 저들이 핵으로 가장 먼저, 가장 무섭게 겁박하고 나설 대상이 동족인 우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 설사 저들의 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말이 아주 배제할 수 없는 협상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유리한 입장에 서려는 의도에서 나왔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저들의 협상의지와 진정성을 믿을 수는 없다. 한마디로 저들에게서는 협상의지와 비핵화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이란의 경우와 확실히 가장 다른 점이다.

이란과 또 다른 점이 있다면 북은 인민이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무자비한 정권이라는 것, 따라서 인민의 고통이 핵을 포기하는 압력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제재에도 저들에게는 중국 소련으로 통하는 뒷구멍이 뚫려 있어 제재의 효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렇지만 매에 장사가 없다. 아무리 뒷구멍이 열려 있어도 강화되는 제재로 저들의 골병이 깊어지고 있는 것을 우리 모두가 뚜렷이 느낄 수 있다. 핵보유국이 되려는 저들의 꿈 자체가 엄청난 도박이지만 그것이 설사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과 상관없이 지금 같은 폐쇄 사회로는 저들에게 미래가 없다는 것이 그들의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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