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현지시각) 케냐 북동부에 위치한 가리사대학 캠퍼스에서 소말리아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 조직원들이 기독교도를 목표로 한 무차별 총격을 가해 148명이 숨졌다. 사진은 총상으로 의식을 잃은 한 남성이 케냐타 국립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뉴시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중동·아프리카서 세력 확장
기독교인 박해도 따라 증가

케냐, 박해국 순위 24위 올라
아프리카, 박해지수 증가 커
이슬람 극단주의 박해 영향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최근 몇 년 새 ‘이슬람국가(IS)’나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테러와 학살, 납치·살해 등으로 국제사회가 대응책에 부심하는 가운데 지난 2일(현지시각) 소말리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가 케냐 대학에서 테러를 벌여 학생 등 148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줬다. 특히 알샤바브의 조직원들이 기독교도만 골라 살해했다는 증언이 이어지며 커지는 종교간 갈등이 우려를 사고 있다.

IS나 보코하람, 알샤바브는 노골적으로 기독교인에 대한 증오를 나타내며 학살과 테러를 자행하고 있다. 그에 따라 중동과 아프리카의 기독교인들이 많은 박해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꾸준히 우려를 나타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케냐 테러 등 기독교인들에 대한 살해 행위가 이어지는 것과 국제사회의 침묵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영국 BBC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날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성금요일 행사에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 형제들이 그들의 종교적 신념 때문에 처형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며 이를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케냐 가리사대학에서 발생한 테러를 벌인 알샤바브 조직원들이 기독교인만 선별해 총격을 가한 것은 “무자비한 잔혹 행위”라고 비난했다.

앞서 교황은 기독교인의 처형과 관련해 IS가 자행하는 부당한 폭력 행위에 대해 세계가 무력을 사용해 응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케냐, 기독교 박해국 43위→19위

AFP 등 외신보도에 따르면 가리사대학 캠퍼스에서 무차별 총격을 가한 알샤바브는 기독교도만 골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격자들은 알샤바브가 학생들을 기독교도인지 이슬람교도인지 묻고 이슬람교도는 풀어주고 기독교도만 살해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이 복장으로 이슬람교도와 비이슬람교도를 구분한 뒤, 비이슬람교식 복장인 학생들을 조롱하고 무차별적으로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는 알샤바브가 이전에 보였던 행동과도 일치한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에도 케냐 북부 만데라에서 나이로비로 향하는 버스를 납치해 승객들에게 코란의 한 구절을 암송하게 한 뒤 외우지 못하는 승객 28명을 살해한 바 있다.

알샤바브는 4일 “우리는 알라의 허락 아래 너희 정부가 억압을 멈추고 모든 무슬림의 땅이 케냐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날까지 숨진 무슬림 형제들의 복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공격 계획을 밝혔다.

알샤바브는 이번 공격이 케냐에 보복하기 위한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자신들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홍보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랍어로 ‘젊은이’를 뜻하는 알샤바브는 지난 2003년 신구 세력 간 갈등 속에 소말리아 강경조직 알이티하드 알이슬라미(AIAI)에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창하는 청년 세력을 중심으로 갈려져 나왔다. 알샤바브는 이번 총기 난사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테러를 벌여왔고, 점차 다국적인 테러 조직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제 선교단체 ‘오픈도어 선교회’가 올해 1월 발표한 기독교 박해 국가 50개국 순위에서 케냐는 지난해 43위에서 19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이슬람 극단주의가 박해의 원동력 돼”

기독교도에 대한 박해가 특히 심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IS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IS는 지난해 2월 리비아에서 이집트 기독교 종파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해 파문이 일었다. 이에 이집트는 즉각 IS 공격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달 IS는 시리아의 소수 기독교도인 아시리아 기독교인 150명을 납치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 간 갈등이 심한 나이지리아에서 활동 중인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북부의 완전한 이슬람 국가로서의 독립과 북부 각 주(州)에 샤리아를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무장 테러를 전개하고 있다. 이들이 벌인 가장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해 4월 공립여학교를 기습해 여학생 270여명을 납치한 사건으로, 이들 대부분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보코하람은 기독교인인 여학생들이 이슬람으로 개종했다고 주장했다. 나이지리아 인근 니제르와 카메룬 등으로 활동반경을 넓힌 보코하람은 지난 3월 IS에 충성 맹세를 하기도 했다.

오픈도어 선교회는 올해 세계박해순위(WWL: World Watch List)를 공개하면서 “기독교 박해국가 상위 50개국 중 40개국에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박해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50개 국가의 총 박해지수는 작년보다 증가해 전 세계적으로 기독교 박해가 극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라크(3위, 작년 4위)와 시리아(4위, 작년 3위)는 IS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난민 신세가 됐다. 이란(7위, 작년 9위)은 기독교에 대한 법적인 압박이 더욱 심해지며 박해지수가 증가해 순위도 두 계단 상승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도 이슬람 극단주의에 의한 박해 지역으로 꼽혔다. 전체 리스트에서 박해지수의 높은 증가를 보인 12개 국가들 중 8개가 아프리카 국가였다. 소말리아는 작년에 이어 2위이며, 수단(6위, 작년 11위)과 에리트레아(9위, 작년 12위), 나이지리아(10위, 작년 14위)도 10위권 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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