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세기 거장 프랑스의 종교화가 조르주 루오의 유작을 볼 수 있는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 展 ’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5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열린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유족 허락 하에 세계 최초로 미공개작 중 14점 포함 총 168점 전시

삶에 대한 고민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강렬한 색체와 마티에르(회화용어:질감)로 그려낸 20세기 거장 프랑스의 종교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년)가 2006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는다.

‘색채의 연금술사 루오 展’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5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열린다.

지난 2006년 대전 시립박물관에서 열렸던 루오전과는 달리 이번 전시는 천여 점이 넘는 루오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국립퐁피두센터가 함께 기획에 참여한 행사이기 때문에 그의 대표작은 물론 미공개작을 함께 볼 수가 있다. 특히 미공개작 중 70점은 프랑스 밖에서 처음 공개되는 것이며, 14점은 유족의 허락 하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라 주목되고 있다.

루오는 생전에 그림을 완성해도 공개하지 않고 다시 덧칠하고 수정할 정도로 완벽주의자였다. 그래서 이번에 선보여지는 작품이 대부분 그의 유족이 기증한 미완성작이며, 이는 결코 작품성은 떨어지지 않지만 완벽주의자인 그의 정신을 존중하는 유족들이 ‘미완성작’이라 이름을 지었다.

유족들이 그의 유작을 그간 공개하지 않고 기증하면서도 엄격한 조건을 내걸은 사연이 전해져 이번 전시는 또한 상당한 의미가 담겨 있다.

1917년 인상파 화가들의 발탁으로 유명한 볼라르는 루오 작품의 가치를 일찍 파악하고 그에게 편안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아뜰리에를 제공했다. 대신 그 안에서 그려지는 작품들의 소유권은 볼라르가 가진다는 조건이 걸려 볼라르는 루오의 독점화상이 됐다.

그러나 볼라르는 1939년 피카소를 만나고 오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볼라르의 유족들이 루오의 작품에 대한 소유권과 아뜰리에를 빼앗았다.

루오는 ‘내게서 나의 회화적 건반(작품들)을 앗아가는 것은, 내게서 물과 공기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말하며 자신의 삶과 아뜰리에에 있던 819점의 작품을 되찾기 위해 볼라르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1947년이 돼서야 법원이 마침내 루오의 손을 들어줬지만 나머지 작품은 이미 팔아버리고 700여 점만 8년 만에 돌려받는다.

하지만 나이가 너무 들어 이 700여 점을 모두 미완성작품이라 여기고 자신이 죽기 전에 모두 완성하지 못할 것이라 여긴 루오는 반에 가까운 315점을 불에 태울 정도로 얼마나 완벽주의자였는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유족들이 그의 정신을 존중해 쉽게 공개하지 않고 엄격한 제한을 걸어 기증했던 것이다.

그가 죽은 지 이제 50년이 지나자 유족들은 발표되지 않았던 미완성작들을 조금씩 대중에게 선보일 것을 결심하던 차에 ‘아시아의 루오’라 불리던 이중섭을 배출한 한국에게 이번 전시를 허락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프랑스 국립퐁피두센터가 주최하고 (주)솔명엔터테인먼트와 기홍앤 컴퍼니 주관으로 기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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