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장 안에서 보이는 송전탑. (사진제공: 제이스CC 비상대책위원회)

제이스CC ‘선보상’ 요구에 지위보정가처분 법적 대응
영업차질로 생계 위기 몰린 직원들 “다른 대안 내놔라”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한국전력 대구경북건설지사(지사장 최규택)가 골프장 내 송전탑 건설을 놓고 이른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구미시 선산 내 송전선로 공사로 불거진 ㈜제이스골프클럽(제이스CC)과의 마찰 때문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송전탑은 제이스CC 부지에 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 전력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이를 보강 공사하겠다는 게 한전 측 계획. 그러나 제이스CC 측과 근로자들은 공사 강행 시 골프장 진입로 훼손과 안전 문제 등으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번 사안은 생계 문제와 직결된 만큼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것.

공사가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지만 양측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선 보상을 요구하는 제이스CC 측과 후 보상을 주장하는 한전 측이 입장을 서로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사건의 발단은 한전 측이 지난해 11월 말 ‘154kV 선산-산동 송전선로 건설공사’ 계획을 밝히면서다. 당시 한전 측은 공사용 임시진입로와 작업장 부지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골프장 측에 요청했다. 공사 기간은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로 잡았다.

이에 제이스CC는 “토지사용료와 별도로 공사로 인한 당사 영업에 막대한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영업피해 보상 문제가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한전 측은 보상 협의가 지연되면 전력공급 차질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보상 협의와 시공 병행을 요구했다.

보상 문제에 대한 양측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한전 측은 “이설 업무 협의 지연으로 현재 운영 중인 송전선로의 휴전작업계획조차 불투명한 상태”라며 “구미 확장단지 내 분양이 완료된 건설사로부터 지장철탑의 조속한 이설 요구와 함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압박했다.

한전은 그러면서 “급증하고 있는 구미 국가산업단지의 전력수요에 대비하고 구미지역 주민에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임을 감안해 통큰 결단을 내려달라”고 했다. 사실상 제이스CC 측의 양보를 요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진혁 제이스CC 비상대책위원장은 “크레인이나 레미콘 같은 대형 건설 장비가 들어오고, 공사 소음이 나면 골프장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면서 “캐디나 일용직 근로자 등 300여 직원의 생계는 어떡하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공사장 진입을 위한 임시진입로는 골프장 진입로가 아닌 다른 곳을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다.

사태는 급기야 법적 공방으로 번졌다. 한전 측이 지난달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지위보정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신청서에서 한전 측은 “채무자들(제이스CC 등)은 추후 원상복구에 따라 전혀 불이익을 당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무조건적인 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이스CC 측은 300톤 크레인 등 건설 장비가 들어오면 진입로와 일부 골프 코스가 망가지는 것은 물론 영업 자체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은 “자기네들이야 골프장을 안 하는 입장이니까 부지 사용 후에 잔디를 다시 심어놓으면 될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자기들 생각”이라며 “나대지라면 그렇게 해도 피해는 없겠지만, 우리는 영업장이고, 영업을 못하게 되면 여파가 크다”고 반박했다.

제이스CC에선 110여명의 캐디를 포함해 코스 관리 직원, 일용직 근로자 등 총 300여명의 임직원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전 측의 후 보상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충분한 보상은 물론 보상 여부조차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생계 문제를 도외시한 채 공사를 강행하려는 한전의 태도는 이른바 ‘갑질 행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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