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한우섭&한규호 부자 컬렉션’ 발굴공개 언론시사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영상자료원 이병훈 원장과 임권택‧김수용‧정진우‧최하원 감독과 영화배우 김지미, 이혜정 등이 참석했다. (사진제공: 한국영상자료원)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당시 영화를 지금과 비교되면 안 되죠~ 그땐 조명, 음악, 편집 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어요. 단지 ‘영화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고뇌와 시대적 사명감이 만든 ‘정신(精神)’을 가지고 뛰어들었다고 봐야죠.”

이만희 감독의 ‘만추’, 정진우 감독의 ‘초연’과 함께 비평과 흥행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며 60년대 후반 한국영화계의 ‘문예영화 붐’을 일으켰던 김수용 감독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영상자료원 한우섭&한규호 부자 컬렉션’ 발굴 시사회에서 감회에 젖었다.

유실돼 더 이상 볼 수 없을 꺼라 생각했던 자신의 영화 ‘만선’ 필름이 잠들었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언론에 공개됐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하원 감독은 1968년 데뷔작 ‘나무들 비탈에 서다’의 16㎜ 필름이 5분간 상영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 감독은 “‘나무들 비탈에 서다’는 첫 작품이기 아낄 수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필름이 없어져 아쉬웠고 굉장히 찾고 싶은 작품이었는데 이번에 발굴돼 보게 되니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잔잔한 미소를 보였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3월 11일 1970년대 종로에서 순회 영사업을 하던 연합영화공사의 한규호 대표로부터 그간 유실되어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한국 극영화 94편을 포함, 총 450편의 필름을 기증받았다.

특히 이번에 수집된 영화는 1949년 작품부터 1981년 작품까지 다양한 시대를 넘나드는 작품들로 이만희, 임권택, 김수용 등 당대 최고의 감독들의 작품이 다수 포함돼 있다.

더불어 거장 감독들의 데뷔작 4편 ‘안창남 비행사(1948, 노필 감독 데뷔작)’ ‘여판사(1962, 국내 두 번째 여성감독 홍은원 감독의 데뷔작)’ ‘외아들(1963, 정진우 감독 데뷔작)’ ‘나무들 비탈에 서다(1968, 최하원 감독 데뷔작)’을 포함해 이번 수집을 계기로 한국 영화사의 상당한 사료적 공백을 채워줄 것으로 보인다.

영상자료원은 이번에 수집된 작품 중 금년에 공개할 다섯 작품 ‘외아들(정진우, 1963’) ‘전장과 여교사(임권택, 1965)’ ‘잊을 수 없는 연인(이만희, 1966)’ ‘만선(김수용, 1967)’ ‘나무들 비탈에 서다(최하원, 1968)’을 선정,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5편의 영화는 각각 5분씩 상영됐으며 관리 상태에 따라 변질되는 필름 특성상 음질과 화질의 손상이 묻어나기도 했으나 모두 시대적 영상미학과 다양한 플롯을 선보이며 당시 영화계의 흐름을 엿보게 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한규호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2015년 3월 11일 미보유 94편 106벌을 포함, 기보유 356편 455벌을 ‘한우섭&한규호 父子 컬렉션’으로 영상자료원에서 관리할 방침이다.

한 대표는 “오랫동안 부친과 함께 모았던 필름들을 한국영상자료원에 기증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집사람과 함께 직접 하나하나를 닦으며 정성껏 관리해 온 필름들이라 한편으론 아쉽기도 하지만 영상 연구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3일부터 故이만희 감독 타계 40주기를 기념해 ‘한국영상자료원 이만희 감독 전작전’이 진행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올해 진행되는 전작전에서 이번에 발굴된 ‘잊을 수 없는 연인’ 일반에 선보일 예정이며 금년 내 5편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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