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아버지 펜화가’ 신혜식 작가가 자신의 작품 ‘건봉사 소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할아버지 펜화가’ 신혜식 작가
펜화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
만화가 꿈을 계기로 ‘펜’ 들어
‘제5회 한국펜화가협회전’ 참여

[천지일보=정민아 기자] “동양에서 수천 년간 붓으로 기록하는 동안 서양에서는 펜이 기록 수단이었어요. 펜은 글자뿐만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수단으로도 사용됐지요. 세밀함과 선명함이 특징인 펜은 기록화 장르의 하나로 발달했고, 인쇄술의 발명과 함께 펜화는 인쇄의 꽃으로 성업을 이루게 됩니다.”

65세에 펜화를 시작한 신혜식 작가. 그의 별명은 ‘할아버지65펜화’이다. 신 작가는 펜화를 시작한 지 올해로 7년째다. 부드럽게 그어지면서 선의 굵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오일펜을 마다하고 오직 펜으로만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는 평소 다양한 펜화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직접 카메라를 들고 좋은 소나무 소재를 찾아 사진으로도 담고 있다. 지금은 오로지 펜으로 소나무 그림을 그리는 데만 전념하고 있다. 그저 펜화가 좋다는 신 작가. 독학으로 시작한 그림 그리기를 앞으로 20년은 더 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신혜식 작가는 중학교 시절 故 김용환 화백의 그림에 반해 자신도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처음에는 볼펜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펜과 잉크를 어렵게 구해 김 화백의 그림을 따라 그리며 만화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당시 스승도 없었고 체계적인 수업 과정도 받지 못했다. 만화가 좋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펜화를 접하게 됐다.

하지만 1960년대 말 국가공무원에 합격하고 공직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림그리기를 잊고 지냈다. 그렇게 36년이 지나 정년퇴직을 한 뒤에도 그림에 별 관심을 갖지 못했던 그는 65세 되던 해 우연한 기회로 다시 펜을 잡게 됐다.

동양의 농익은 먹물과 서양의 금속성펜이 만나 순백의 화폭 위에 각양각색의 그림들이 섬세하게 피어나는 것을 보면서 펜화의 매력에 빠지게 된 신 작가. 그는 펜화의 매력에 대해 “멀리서 보면 흑백 사진을 보는 것 같지만 가까이 가면 수많은 가느다란 선들이 살아 움직이며 하나의 ‘그림언어’를 들려준다”고 표현한다. 그만큼 펜화는 감상하는 이들에게 작가의 예리한 눈길과 정성이 백지 위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은 경험을 안겨준다.

이렇게 펜화의 매력에 빠진 이들이 함께 모여 결성한 한국펜화가협회(회장 김영택)가 지난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경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개최한 제5회 한국펜화가협회전에 신 작가도 작품을 출품했다.

25명의 작가가 충절과 지조를 상징하는 소나무를 비롯해 전통 건축물의 속살과 주변의 익숙한 풍경, 얼굴 등 한국적 소재를 0.1㎜의 선으로 풀어냈다.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빈 틈새 없이 꼼꼼하게 빚어내는 작가의 섬세한 눈길과 손길을 따라가다 보면 입체적 형상 속에 담긴 작가의 의도까지 알게 되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한민족의 정체성을 대변하면서 고고한 자태에 반해 소나무를 고집스럽게 그리고 있는 신혜식 작가는 “장소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자라는 소나무의 생명력을 애정 어린 눈길과 섬세한 손을 통해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은 먹선으로 하얀 종이 위를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 속 대상과 내가 하나가 되는 무아지경에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펜화가협회 회원들은 펜화를 전문으로 하는 전업 작가부터 신문기자, 은행원, 건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고 있다. 출품하는 작품들은 한국전통 건축문화재, 성당, 해외건축문화재, 인물, 소나무, 꽃 등으로 다양하다.

회원들은 과거 서구에서 성행했던 ‘기계적 기록펜화’가 아닌 ‘인간적 펜화 구현’을 위해 월 1회 모임을 가지고, 서로의 작품에 대한 평가 및 격려를 통해 작업 성취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 일본과 중국에 펜화를 보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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