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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비종교인이 바라본 종교계

2030세대 탈종교현상 뚜렷
“종교인구 감소로 이어질 것”
맹목적 믿음·신앙 강요 안돼
종교 ‘부정적 시각’ 개선 절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해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 설문결과를 1월부터 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 국민 대다수가 성직자를 믿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민의 절반 이상이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사랑과 청빈, 자비 대신 세속화돼 버린 종교 현실과 권력·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욕망에 잔뜩 물들어 신문, 방송 등 각종 언론에 성직자들의 추문이 오르내리는 게 종교계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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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이탈자 ‘개신교’ 가장 많아

설문에 응한 사람 중에서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자(742명, 전체 응답자의 50%)에게 과거에 종교를 믿은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응답자 중 35%가 ‘있었다’, 65%는 ‘없었다’고 답했다. 비종교인들은 과거 어떤 종단에서 신앙생활을 했을까. 과거 종교를 믿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종교인(257명)에게 가장 최근 기준으로 어떤 종교를 믿었는지 물은 결과 68%는 개신교, 22%는 불교, 10%는 천주교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조사 결과들과도 유사하다.

개신교를 믿었다는 비종교인은 1984년 64%, 1989년 75%, 1997년 73%, 2004년 59%, 2014년 68%로 개신교 이탈자가 가장 많았다. 개신교는 불교나 천주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젊은 층에 대한 선교활동에 적극적이며, 부모의 종교에 따른 모태신앙 비율 또한 높다. 하지만 그만큼 이탈하는 사람도 다른 종교에 비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종교인들은 과거 신앙을 얼마나 유지했을까. ‘1년 이하’가 2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3년 이하’가 전체 64%를 차지했으며 ‘6년 이상’ 장기간 믿은 경우는 18%에 그쳤다. 지난 30년간 과거 신앙 경험을 한 비종교인의 60% 내외가 신앙 기간을 ‘3년 이하’로 답해, 그 이상으로 신앙을 지속하는 사람은 이탈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종교인 45% “종교에 관심 없다”

시간이 지난 수록 신앙이 식거나 신앙의 길에서 떠나는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나안(안 나가) 신앙인이 점차 늘어나면서 종교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비종교인(742명)에게 현재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뭔지를 물었다.

응답자 45%가 ‘관심이 없어서’라는 답을 내놓았다. 그 다음은 ‘종교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19%를 차지했다. 이어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18%)’ ‘내 자신을 믿기 때문(15%)’ 순이었다. 과거 조사들과 비교하면 ‘종교에 관심이 없어서’라는 응답이 1997년 26%, 2004년 37%, 2014년 45%로 계속 증가한 점이 두드러진다.

연령별로 보면 젊은 세대일수록 종교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20대가 55%를 차지했으며 30대부터 50대는 40% 선을, 60세 이상은 36%로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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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떨어지고… 젊은 세대도 떠나

종교를 믿지 않는 것과 무관하게 가장 호감을 느끼는 종교를 물은 결과 가장 많은 이들이 불교(25%)를 선택했다. 그 다음으로 ‘천주교(18%)’ ‘개신교(10%)’ 순이었으며, 절반에 가까운 46%는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고 답했다. 2004년 비교하면 호감 가는 종교로 ‘불교’를 꼽은 비율이 37%에서 25%로 감소한 반면,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은 33%에서 46로 늘어 대조를 이뤘다.

나이가 많을수록 불교에 호감이 간다는 응답이 많았고, 개신교는 전 연령대에서 10% 남짓하게 고른 분포를 보였으며, 천주교는 50대와 60대 이상에서 각각 20%, 10%의 관심을 보였다. 2030세대는 또래 집단에 종교인 비율이 적고 관심을 가질 기회가 적어서, 5060세대는 이미 종교인 비율이 놓은 데다 과거 신앙 경험 등에 의해 종교에 별로 호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은 “종교인의 경우 저연령일수록 모태신앙 비율이 높고 개종(믿던 종교를 바꾸어 다른 종교를 믿음) 경험률은 과거에 비해 낮아지고 있다”며 “비종교인의 과거 종교 경험률은 최저치(35%)를 기록했고, 최근 10년 사이 호감 가는 종교가 없다는 응답자가 늘었다. 이는 한국의 종교 지형이 점차 고착돼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10년 전에 비해 전체적으로 종교인 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은 젊은 세대의 종교인 비율이 두드러지게 감소한 데 있다. 현재 20대는 31%만 종교를 믿는다”며 “이러한 2030세대의 탈(脫)종교 현상은 종교 인구의 고령화, 더 나아가 향후 10년 20년 장기적인 종교 인구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비종교인 “종교 본연의 참뜻 잃었다”

국민 63%가 종교가 본연의 참뜻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종교계 안팎에서는 교세를 확장하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헌금과 보시만을 강요하는 현실을 그 누구도 지적할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종교인이 보는 종교에 대한 평가가 혹독하다. 무려 71% 비종교인들이 종교가 본래 뜻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종교인들도 비종교인들의 시각과 사실상 다르지 않다.

종교에 대한 부정적인 의식은 목사와 신부, 승려 등 성직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이 성직자 중에 품위나 자격 미달 성직자가 많다고 생각했다. 종교를 믿거나 믿지 않든 국민 대다수가 성직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평가는 차이가 없었다. 이번 통계로 종교계와 성직자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수치는 타락의 길을 빠르게 달려가는 한국종교계에 대한 국민의 경고다. 비종교인이나 국민들에게 맹목적인 믿음과 신앙을 강요하는 시절은 이제 끝났다. 종교 본연의 뜻 ‘진리’를 추구하는 국민들의 바람을 종교계가 어떻게 실현해 갈지 관심과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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