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4일 오후 8시 명동성당에서 열린 ‘부활 성야 미사’에서 기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NCCK·천주교 염수정 추기경
“세월호 유족 상처 위로하고 돕자”

교단연합·NCCK·한기총 등
개신교계, 갈라져 각기 따로 예배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5일 부활절을 맞아 천주교와 개신교계가 일제히 부활절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부활절만큼은 연합된 모습을 보였던 개신교회가 올해는 각기 갈라져서 따로 예배를 드려 아쉬움을 샀다.

천주교는 5일 낮 12시 ‘예수 부활 대축일 미사’를 가졌다. 전날 오후 8시에도 ‘부활 성야 미사’를 집전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부활절 당일 명동대성당에서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다.

염 추기경은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염 추기경은 “온 국민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모든 분과 유가족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특별한 은총을 기원한다”며 “주님 은총의 힘으로 희생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리고 유가족들은 하루빨리 슬픔을 극복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부활절 메시지를 전했다.

또 “그리스도의 부활은 죄와 죽음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삶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준다”고 부활의 의미를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이기주의와 물신주의, 생명경시 풍조, 진영논리로 인한 비난과 증오가 날로 증가하는 세태를 경고했다.

개신교계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2015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대표대회장 이신웅 목사)로 나뉘어 세 군데에서 따로 드렸다. NCCK는 오전 5시 서울 후암동 중앙루터교회(최주훈 목사)에서, 한기총은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본당에서,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오후 3시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 부활절예배를 개최했다.

▲ 한국교회가 5일 부활절을 맞아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2015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를 개최했다. 교단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부활절예배에는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함께했다. 한교연 양병희 대표회장 등 내빈들이 찬송가를 부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NCCK가 주최한 ‘2015년 한국기독교 부활절 새벽예배’ 설교에 나선 김근상(대한성공회) 주교는 올해 부활절예배는 예년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한 것에 대해 “많은 인파와 저명한 인사가 함께하던 예전의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했느냐”면서 “예수님의 부활은 그렇게 요란하지 않다. 예수님의 빈 무덤을 보고 놀라 제자들에게 달려갔던 막달라 마리아처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주교는 “숫자 좋아하고 돈 많이 쓰고 화려하고 높은 자리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고 “그 모습은 예수님이 싫어하시던 유대교의 모습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갈릴리는 버려진 사람들이 사는 곳이었다. 돈 자랑, 힘 자랑 하는 곳이 아니다”라며 갈라져 따로 연합예배를 드리는 주요 교단들을 겨냥했다.

그는 “지금 갈릴리는 어디인가. 치유가 필요하고 희망이 필요한 곳이 갈릴리다. 팽목항, 비정규직,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도움이 필요한 곳 모두가 갈리리”라며 소외되고 아픈 이웃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주교는 “예수님을 빌라도가 죽였는가. 빌라도 ‘때’ 죽었다. 헤롯왕이 죽였는가. 아니다. 누가 죽였나.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 지른 사람이 누군가”라며 “제가 죽였다. 여러분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 소리치던 유대인처럼 여러분들도 그때로 가면 그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을 돌아볼 것을 촉구했다.

김 주교는 지난해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죄책감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 바다에 버렸다. 그 아이들을 구하지 못한 것이 내 탓처럼 느껴진다”며 “창피하고 슬프고 아파서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팽목항 등에서 따스한 말 한마디로 부활의 기쁨을 함께 나누고, 따스한 시선으로 이웃을 만나 평화의 인사를 나누자”고 당부했다.

세족목요일과 성금요일 예식을 진도 팽목항에서 진행했던 NCCK는 세월호와 관련한 행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연세대에서 열린 ‘2015 부활절연합예배’는 광복·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의 화해와 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설교를 맡은 백남선(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은 “화해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고 남북이 하나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선포했다.

한기총은 소외계층을 돕는 ‘부활절 특별감사예배’를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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