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 인터뷰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 사드 배치 문제는 한미 국방현안을 넘어 한·미·중 3국 간 대형 안보이슈로 부상한 상태다.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도 엇갈리는 가운데 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는 최근 천지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국익의 차원에서 득실(得失)을 잘 계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진다’고 하는데, 이제 우리는 새우가 아닌 중견강국이 됐다. 20세기 새우 외교에서 21세기 중견국의 외교를 해야 한다”며 “하지만 극심한 자기비하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익의 마지노선인 한반도 평화, 통일, 경제발전을 염두에 두고 사드 배치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남북관계 악화, 한중관계 악화, 신냉전체제로의 복귀 등을 고려할 경우, 사드를 배치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우 교수와의 일문일답.

- 사드 배치 문제는 어떻게 보나.
지금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바보 같은 얘기다. 미중 사이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하는데, 이는 자기 비하 외교다. 우리는 20세기 ‘새우 등’의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드 배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국익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지 못하고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라고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여기에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을 위해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사드가 왜 필요한지 우리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사드가 왜 필요한가. 북한 위협에 대한 억제력 강화 차원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드가 필요하다면 도입해야 한다. 우리 국익의 궁극적인 차원에서 득실을 잘 계산해야 한다. 우리 국익의 마지노선은 무엇인가. 한반도 평화, 통일, 경제발전이다. 우리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국익의 측면에서 바라보자. 우선 득(得)을 보자. 사드를 배치하면 북한에 대한 위협을 막을 수 있다. 한미동맹도 강화된다.

이와 반대로 실(失)의 측면에서 사드를 배치할 경우 남북관계는 더 악화될 것이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통일대박론’도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한중관계 악화도 면할 길이 없다. 최근 수년 동안 한중관계가 밀월기라고 불릴 정도로 좋았는데 중국이 이렇게 직·간접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한 일은 없지 않은가. 그만큼 중국에는 치명적이라고 얘기한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싱크탱크는 사회과학원이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당서기 일행을 만나서 (사드 배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중국 공산당 당국자와도 만났는데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타격이 예상된다. 지금 중국에서 미국과 일본 기업이 왜 타격을 받는가. 정치적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한중관계로 인해 경제도 타격을 받게 된다. 타격을 받을 경우,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나 서민은 직격탄이다. 중국 입장에선 사드를 배치할 경우 중국의 목을 겨냥하고 있는 미일동맹 강화 전선에 한국이 성큼 들어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들의 목을 조르는 동맹전선에 한국이 가담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북한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과거 20세기 냉전처럼 한미일 삼각동맹과 북러중 삼각동맹이 대치하게 된다. 동북아를 둘러싼 신냉전체제가 성립되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겠는가. 우리 정부는 경제성장을 통해 민심을 안정시켜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냉전에 대한 정세분석과 대처, 특히 군사력을 확실하게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로 인해 엄청난 국방비를 증강해야 한다. 우리 경제우선 정책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한다. 남북관계 악화, 한중관계 악화, 신냉전체제로의 복귀 등을 고려할 경우, 사드를 배치해선 안 된다.

그런데 사드 문제에 대한 담론을 보면, 우리 국익의 본질을 간과하고 선택의 차원에서 생각하고 있다. 우리 국익의 본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사드를 배치할 경우, 우리가 잃는 것이 훨씬 많다. 따라서 우리는 미국이 원하고 중국이 반대한다는 측면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우리가 ‘새우 등’이 아니다.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우리를 자신들의 곁에 붙잡아두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새우가 아닌 중견강국이 됐다. 20세기 새우 외교에서 벗어나 21세기 중견국의 외교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극심한 자기비하 외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지금 아베 정권과 일본이라는 나라를 분리해서 대응해야 한다. 아베 정권이 한순간에 일본이라는 나라의 정치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지, 아베 정권은 일본이 아니다. 아베 정권의 생리에 대해 반대하는 일본인도 많다. 한 나라의 대통령 후보가 선거 공약을 내놓을 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노동, 복지, 외교,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약을 내세운다. 그런데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외교가 얼마나 피부로 와 닿을까. 외교 부문은 상당히 멀게 느낀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이 20년 동안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아베가 나타나 다른 사람과 달리 경제, 사회를 이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이 볼 때 기대할 만하다. 외교를 보면 마음에 안 들지만, 아베를 지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베가 집권한 이후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민심과 2~3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일본의 민심은 더 악화됐다. 우리 정부도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수상을 상대도 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에 대해선 그렇게 한다고 할지라도 일본 국민에 대해선 우리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다. 일본이 한일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하면, 우리 정부도 적극 하겠다고 하면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일본에 가서 일본 국민과 직접적으로 만날 기회를 마련해 달라고 해야 한다. 일본의 저명한 대학에 가서도 연설을 해야 한다. 우리가 아베 정권을 왜 상대하지 않는지 일본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도 하지 않고 입만 다물고 있다.

일본 국민 입장에선 (아베 수상이) 정상회담을 하자고 하는데, 한국이 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민심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일본에 가서 일본 사회에 (우리 입장을) 더욱 어필해야 한다. 우리 시민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등 민간 분야의 접촉을 늘리면서 일본 국민으로 하여금 아베 정권에 대해 ‘외교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압박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우리 외교는 기회로 위기로 만드는 데 능하다.

- 남북통일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통일문제는 국제적인 현안이기도 하다. 우리가 충분한 힘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주변 4강과의 관계 속에서 논의해야 한다. 우리는 통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4대 강국의 입장에서 통일에 대해 진정으로 바라는 국가는 없을 것으로 본다. 우리가 통일국가가 되면 더욱 강할 것이다. 주변국도 남북분단이 좋을 것이다. 통일을 위해선 남북 간의 교류와 신뢰를 강화하면서 점진적인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다. 통일은 더욱 요원할 수밖에 없다. 통일이 요원할 경우, 4대 강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목소리를 제한적으로 낼 수밖에 없다.

- 우리 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해 조언해 달라.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중국 대륙에서 한국기업과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지금처럼 좋은 때가 없었다. 정치·경제적으로 밀월기다. 한류 등으로 인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부문에서 한국제품이나 기업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정치 논리에 의해 중국 인민이 애국소비 경향으로 가고 있어 일본 기업 제품이 역풍을 맞고 있다. 미국 기업에 대해서도 중국 기업의 목을 누르니깐 미국 기업 제품을 배척하는 현상이 있다. 그렇다고 중국 기업의 품질 수준이 중국인이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 중국 기업은 기술 수준이 떨어진다. 외국 기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 제품·기업의 동무대다. 일본 기업인도 ‘지금 중국 시장은 한국 제품, 한국 기업의 단독무대와 같지 않은가’라고 한다. 이런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중국의 소비자층을 우리 마니아층으로 마들어야 한다.

과거 중국 진출에 실패한 사례가 많다. 하지만 과거에 연연하지 않았으면 한다. 1992년 수교 이후 한국기업과 제품이 중국에 들어갔다. 당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시장을 알고 준비하고 들어갔는지 스스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밀림에 어린 사슴 한 마리가 무방비로 뛰어 들어간 형국이었다. 맹수들에게 잡아먹히는 형국이었다. 실패율이 가장 높은 기업이 한국기업이다. 그때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들어가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우리 기업의 실패 사례가 벤치마킹 자료가 된다. 우리 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준비를 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다. ‘묻지마 투자’ ‘돈키호테식 진출’이 문제다. 그냥 찔러대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다행히 지금은 우리 기업의 성공사례, 실패사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꼼꼼하게 준비하고 대처해야 한다.

한국 내에서의 준비뿐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의 진출 준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론 서적만 보고 중국 언론사 특파원을 통한 피상적인 이야기만 듣는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가면 엄청나게 다르다. 따라서 한국에서의 준비는 최소화하고 가능한 중국 현지에 직접 들어가서 알아보고 좌표를 설정해야 한다. 특히 중국 상하이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면 중국 대륙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하지만 중국에 직접 가서 보면 확 달라진다. 한국에서 들었던 중국과 현지에서 내 눈으로 직접 바라보는 중국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제가 ‘차이나 현상’이란 말도 만들었다. 우리가 차이나 현상을 극복해야 중국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상대방을 제대로 꿰뚫어야 거기에 적합한 대처를 할 수 있다. 우리는 중국 사회에 대해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한반도에서 벗어나 글로벌 터전을 개척해야 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