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전쟁’ 손님 놓칠까 봐 위치 확인 못하고 우선 승인
방향 다르면 빨리 탈 수 없어… 택시기사·승객 신뢰↓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그쪽으로 갈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편리성과 안전성을 내세우며 달리기 시작한 ‘카카오택시’는 승객과 기사의 신뢰 부분에 대해서도 대비책이 필요해 보였다.

카카오택시는 앱으로 택시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모바일 택시 서비스다.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31일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기 위한 승객용 앱을 출시했다. 카카오택시는 운전기사와 승객이 서로를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버택시(차량 공유 서비스)와 비슷하다.


다만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최근 시동을 건 택시앱은 우버와 달리 택시기사만 운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전성을 확보했다. 우버는 일반인도 운전기사로 나설 수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택시앱 업체들은 가입비와 수수료 면제, 콜비 제외, 추가 요금 지불 내역 전송, 안심 메시지 전송 등 각각의 특징을 내세워 경쟁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 카카오택시 기사가 자신의 핸드폰에 설치한 기사용앱을 통해 ‘목적지 도착 완료’ 버튼을 누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카카오택시는 이 중에서도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톡 가입자 수를 고려했을 때 대중성이 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를 운영하고 있는 다음카카오가 편리성과 안전성에 치중한 나머지 고객과 기사 간에 신뢰 부분은 놓치고 있다는 점이 현장에서 발견됐다. 호출을 받고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운전기사들의 애로사항이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렇다. 카카오택시 시행 둘째 날인 1일 기자가 서울역 근처에서 약속 장소인 삼청동에 가기 위해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호출했다. 그러자 곧바로 2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떴다. 해당 카카오택시 운전기사와도 통화했다. 도착시간에 맞춰 택시가 왔다. 택시운전기사 A(64)씨가 기자를 발견하고 창문을 내려 반갑게 인사했다. 그러나 택시를 눈앞에 두고도 바로 탈 수 없었다. 방향이 달라 택시가 멀리 돌아와야 했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동안 몇몇 택시의 유혹도 있었다.

▲ (왼쪽)카카오택시의 경우 앱에서 ‘안심 메시지 보내기’를 선택하면 카카오톡 친구에게 탑승시간, 차량 정보, 예상 소요 시간 등을 포함한 메시지가 전송된다. (오른쪽)택시기사의 사진, 차량 정보와 함께 2분 뒤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앱에 함께 떴다. 그러나 카카오택시를 발견하고도 방향이 달라 5~6분 뒤, 최종 10분가량이 걸려 탈 수 있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다음카카오 측은 택시를 호출하고 연락 없이 타지 않는 등 서비스 환경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평가 제도를 만들었지만 당장 1분이 급한 승객이라면 이 같은 상황에서 눈앞에 도착한 택시를 선택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다.

5~6분가량이 지나 도착한 택시기사 A씨도 이미 이 같은 일을 시행 첫날 경험했다. A씨는 “손님이 눈앞에 있는데도 맞은편에 있으면 유턴이 안 될 경우 한참 돌아서 도착하게 된다”면서 “어제도 눈앞에서 손님이 다른 택시를 타 미안하고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불편한 상황은 이른바 ‘클릭전쟁’에서 이기려는 택시기사들 간에 경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손님이 콜을 요청할 때 기사용 앱에 출발지와 목적지가 나타나지만, 택시기사가 손님 확보에 급급한 나머지 출발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클릭부터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존 콜택시가 손님 위치와 방향을 고려해서 배차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A씨는 “앞으로 카카오택시에 가입하는 택시들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텐데 이 같은 경쟁이 손님과 기사를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인근에 있다는 기준보다 승객과 택시가 같은 방향인지를 먼저 고려해 콜요청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콜요청을 할 때 근거리뿐 아니라 다른 기준들도 적용하고 있다”며 “손님에게 빠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운전기사가 수락하지 않을 경우 바로 범위를 일정 부분까지 넓힌다. 하지만 아직 경쟁이 일어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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