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2월 18일. 미국 루즈벨트 대통령의 초청으로 방문했던 한 중국여성이 미국 상하 양원 합동의회의 단상에 섰다. 그녀는 이미 타임지 표지를 두 차례나 장식하며 중국과 미국에서 주목을 받았고, 미국의회역사상 중국인으로는 최초, 외국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미국의회의 단상에 올라섰다. 당시 중국은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웠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상에 선 그녀는 유창한 언어실력으로 미국과의 친선 관계를 강조하며 미국의 원조를 당당히 요청했다. 일본 침략의 부당함을 비판하고 중국인의 자유와 항일전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던 그녀의 모습은 국제사회에 중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미국의 정신적, 물질적 원조를 끌어내는 것은 물론 침략을 서슴지 않는 일본에 석유와 군수품을 팔지 말 것을 강조하며 중국 항일전쟁의 지지를 또 한 번 호소했다. 그녀는 중국 외교사에서 한 획을 그었던 존재, 파트너 리더십의 중요성을 각인시켰던 중국항일투쟁가 송미령(쑹메이링, 宋美齡, 1897~2003)이다.
송미령은 장제스의 부인이자 퍼스트 레이디로 정치적 능력을 행사하며 중국 근현대사에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그녀는 서구의 이념을 토대로 중국인의 신(新) 사고와 신(新) 생활을 고취시키는 근대정신운동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런 그녀의 활동배경은 성장환경과 관련이 있다.
유복하고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던 송미령은 아버지 송지아수와 어머니 예꾸이쩐의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당시 아버지는 쑨원의 혁명 활동에 참가하며 혁명적인 성향과 진보적인 성향을 두루 갖춘 인물이었다. 그 영향으로 자녀들은 선진 문물을 일찍 접하고 현대식 교육과 이른 미국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다. 10여년의 미국 생활을 하면서 가졌던 폭넓은 학문의 기회는 귀국 후 그녀가 각 분야에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배경이 되었다. 그렇게 중국 사회의 개조와 정치 활동에 주력하던 중 장개석과 인연이 되면서 그의 비서 겸 조언자 역할에서 반려자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송미령과 우리나라의 인연이다. 장제스가 이끌었던 국민정부에서 1935년 1월 항공건설위원회를 설립하고 송미령이 비서장으로 활동했을 당시 심열을 기울였던 항공학교의 정예비행조정사 양성 과정에는 한국인 권기옥이 있었다. 당시 중국공군은 교육과 훈련의 전반에 기술이 낙후되어 있었기 때문에 중국은 공군 건설에 심열을 기울였다. 또한 대일전을 대비하여 용병비행대를 구성하는 등 항공부문에 적극적인 행보를 했다. 그때, 중국항일투쟁의 일선에는 한국여성 비행조종사로 활약했던 권기옥이 있었으며, 송미령의 신뢰를 얻기도 했다.
중국과 미국을 넘나들며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면서 중국 항일투쟁의 대열에서 리더적 면모를 보였던 그녀는 카이로회담과 대미외교활동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본 패망 후 장제스가 중국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면서 대만으로 천도되었고 그녀의 정치영역도 협소해졌다. 그러나 그녀는 대만과 미국, 중국을 넘나들며 활발한 외교활동을 했던 중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미령. 그녀는 중국 항일투쟁의 대열에 서있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여성과 함께 항일투쟁의지를 펼쳤던 인물이었다. 일본침략과 그 만행이 아시아 전체를 뒤덮었을 때 항일투쟁을 펼쳤던 중국여성과 한국여성의 인연을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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