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풀이로 아픈 거지 
강경주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만

고 정도도 안 아프면 무신 재미로 살것냐

까짓것

성가시긴 해도

동무삼아 사는겨

[시평]
“나이가 들면 어디 아프지 않은 곳이 없구나.” 아흔을 넘기신 어머니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고. 안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으시다는 그 말씀, 아직 젊은 우리들은 실감을 하지 못하던 그 말씀. 아, 아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아픈 것’이기 때문에, 더구나 젊은 우리가 실감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픈 분에게는 더욱더 서럽고 서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이가 들어서 서글프고, 아파도 나이가 들어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니, 더욱 서글프고, 아픈 것을 젊은 자식들은 잘 알지 못하니 더욱 슬픈 것이리다. 그래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 ‘아픔’, 껴안고 사는 길뿐, 어디 다른 무엇이 더 있겠는가.

그래서 노인들은 “까짓것, 성가시긴 해도 아픔을 동무삼아 사는겨.” 그렇게 스스로를 스스로에게 위무하신다. “이 정도도 안 아프면 무신 재미로 살것냐.” 그렇게 스스로 자조하신다. 더더구나 ‘심심풀이로 아파야 하는 그 삶’이라고 되뇌는 삶이기에, 그래서 더욱 서글프고 슬픈 것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