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제나라 환공이 죽은 뒤 송나라 양공은 패자가 되겠다고 허황한 생각을 하다가 맹세의 자리에서 초나라 성왕에게 되레 붙잡혀 겨우 풀려 난 뒤에 반성하지 못하고 초나라 속국 정나라를 공격하자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했다.

재상 목이가 수차례에 걸쳐 말려도 도무지 알아듣지 못했다.

그해 11월 양공이 이끄는 송나라 군사들은 초나라 군과 홍수 가에서 싸우게 됐다. 그때 초나라군은 겨우 강을 건너기를 시작했다. 그것을 보자 목이가 건의했다.

“적은 큰 세력이고 아군은 약세입니다. 서로 맞붙어서는 승산이 없습니다. 적군이 강을 미처 건너오지 못한 사이에 공격해야 합니다.”

양공은 그 전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동안 초나라군은 강을 건너와 군세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다시 목이가 공격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양공은 그 말도 듣지 않았다.

“아직 아니요. 적군의 진형이 다 잡힌 뒤에라야 하오.”

답답할 만큼 우둔하게 굴면서 좀처럼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결국 적군의 작전 준비가 완료되자 비로소 송나라군은 공격에 나섰다.

그 결과는 참패였다. 그때 양공은 다리에 화살을 맞았다.

“도대체 우리 왕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장병들이 양공을 비난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양공은 자신의 잘못을 결코 시인하지 않았다.

“적이 불리할 때 공격을 하는 것은 군자의 도리가 아니오. 상대방이 임전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어찌 공격 명령을 내리겠소?”

재상 목이는 양공의 사고방식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싸움이란 승리가 목적입니다. 전장에서는 평소의 예의가 통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생각이시라면 처음부터 싸울 것도 없이 차라리 노예가 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정나라는 초나라의 원군에 의해서 간신히 위기를 벗어났다. 그래서 정나라는 초나라 성왕을 정중히 대접했다. 성왕은 본국으로 귀국하는 길에 정나라 공주 2명을 첩으로 삼아 데리고 갔다.

그 일로 정나라 대부 숙첨은 얼굴을 붉히면서 화를 냈다.

“야만인들이나 그 따위 짓을 한다. 반드시 온전하게 죽지 못할 것이다. 이쪽에서 정중하게 대우했는데 그게 무슨 일이냐? 그래 가지고는 패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그해에 진(晋)나라 공자 중이가 망명하던 길에 송나라에 머물렀다.

초나라와의 전쟁에서 엄청나게 피해를 입은 송나라 양공으로서는 장차 진(晋)나라의 도움을 받으리라는 생각에서 중이를 융숭하게 대접하며 말을 80마리나 선물했다.

그러나 2년 후의 여름에 양공은 홍수 싸움 때 입은 상처 때문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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