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공현혜
배를 갈라,
다 익은 엄니 배를 갈라
피 칠갑으로 나왔다는 나를
나는 보지 못했다
 
살림살이 늘 겨울인 것이
가슴 뜨거운 내 죄는 아니라고
시간을 건너 온 지친 봄
산 너머 멈춘 것도 내 죄 아니라고
말 못한 벙어리 나날이
세상 더디게 만드는 것 알지 못했다
 
메마른 여름의 기억 갖지 않아
검푸른 잎사귀 두께가 장난 같을 때
내 안에서 들리는 천둥소리로 알았다
깊은 한 숨에서 시작된 탈출을 깨달았다
 
참고 견딘 계절보다 무겁게
비천한 내림으로 짓누르던 백설(白雪) 헤치고
내 배를 갈라, 다 익은 내 배를 갈라
황금관 움켜쥐고 핏덩이 네가 나왔다는 것을.

 
-약력-
서정문학 등단, 작가시선 동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경주문인협회, 통영문인협회
경남 아동 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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