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에 감동 확산 “IS와 정반대의 충격”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인한 행위에도 불구하고 아랍권 기독교인들의 용서가 큰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최근 중동의 기독교 매체인 ‘SAT-7’이 공개한 동영상 중에서 이라크 모술에서 온 10세 소녀 미리암의 인터뷰가 화제가 되고 있다. 기독교도인 미리암의 가족은 지난해 7월 IS를 피해 수십만명의 기독교인들과 함께 쿠르디스탄의 어빌 지역으로 피난왔다.
‘SAT-7 키즈’ 진행자인 에삼 나지는 쿠르디스탄의 난민캠프에 방문해 미리암을 만나 인터뷰했다. 이 인터뷰에서 미리암은 “하나님께서 IS에게서 보호해 주셔서 감사하다”면서, 가족들을 집 밖으로 쫓아낸 이들을 향해 어떤 마음이 드느냐는 질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용서해 주시길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자가 “너도 용서할 수 있겠니?”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소녀는 또 마태복음 5장을 인용해 “또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고 전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 등 5개 지역에서 방송되는 SAT-7은 매일 1500만명이 시청한다. 미리암의 인터뷰는 지금까지 수백만명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동안 기독교계 소식을 다루지 않았던 ‘알아라비아’ ‘욤7’ 등 아랍계 방송들도 뉴스로 다루며 관심을 보였다. 욤7은 “미리암의 말을 들은 모든 이들은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레바논의 일간지인 ‘알 나하르’는 “인류에 대한 교훈으로, 이 동영상을 전 학교에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IS가 참수한 리비아 출신 기독교인 21명 중 13명의 고향인 카이로 남쪽 알아우어(al-Our)마을의 베시스 에스파노스는 유명 프로그램인 ‘위 윌 싱’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IS가 나의 두 형제를 참수했으나, 그들이 선포한 기독교 신앙과 예수님은 참수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두 형제를 잃은 베시스는 “IS가 참수 당시 오디오를 편집하지 않아, 마지막 순간 그들(참수된 이들)의 신앙고백을 들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IS가 무지함에서 구원을 받게 해 달라”고 기도했으며, “만약 우리 마을에 IS에서 온 사람들이 있다면 그를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그의 눈을 열어주시길 기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SAT-7의 파리드 사미르 사무총장은 “이 동영상은 IS가 공개한 끔찍한 살해 동영상과 정반대의 충격을 준다. 미리암과 베시스가 전한 메시지는 용서를 통해 폭력에 저항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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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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