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2년 5월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 주(LORD)예수재단 대표 임요한 목사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좌, 사진제공: 조계사). CBS 기독교방송이 모 교단에 대해 배척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교회 지원을 받고 있다. 사진은 해당 특집방송 포스터(오른쪽, 자료출처: CBS 홈페이지).

한국 개신교 배타성의 위기… 종교갈등 유발, 사회통합은 저해

“구원의 종교라 주장해온 개신교, 도리어 마음속에 증오 심어
절망적 위기 맞은 개신교인, 타자화 된 적 상대 증오 행위에 몰입”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교회가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신학계가 개신교의 ‘불편한’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성경을 근간으로 하는 개신교가 도리어 성경에 정면으로 반하는 역사를 걸어온 데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이다. 배타적인 태도로 타종교와 타인을 배척하고 정죄하며 ‘원수까지라도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길을 걸어간 개신교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가득하다.
타인을 ‘사탄’ ‘악마’ ‘이단’으로 표현하는 배타적인 개신교인의 행태는 종종 이슈화 되며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최근 이 문제를 놓고 개신교 천주교 불교 3대 종교 신학자들이 뜨거운 토론을 벌여 이목을 끌기도 했다.

◆사회문제로 번졌던 ‘사탄’ 발언

타인을 악마화하는 ‘사탄’ 발언은 종종 종교계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로 확산됐다. 지난 2008년 6월 불거진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사탄 발언’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당시 연설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과장과 거짓으로 무장한 세력들에 의해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며 축사 말미에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주시길 감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촛불집회 참석자를 ‘사탄’에 비유했다며 비난 여론이 일자 그는 “기도나 연설 말미에 통상적으로 쓰는 관행적 용어일 뿐 특정 집단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는 타인을 악마화 하는 개신교계의 ‘배타주의’ 세태를 고스란히 방증했다.

이에 명진스님은 “절집 안에 무학 대사와 이성계와의 일화가 있다. 불 시불 돈시돈이다(부처님 눈에는 부 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며 “사탄의 눈에 사탄만 보인다”고 비판했다.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박원순 후보를 ‘사탄·마귀’에 빗대 비난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는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김 목사는 서울시장 보궐 선거 사흘 전 신도 7000여명에게 “서울에 사탄·마귀에 속하는 사람이 시장이 되면 어떻게 하나”고 비난한 뒤 박 후보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지역신문 호외 편을 나눠 준 혐의로 기소됐다. 법원은 김 목사 외에도 서경석 목사(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와 김병관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장에게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개신교 목회자들의 사탄 발언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사례는 다수다.

◆타종교 악마화한 보수 개신교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 조계사 앞에서는 일부 개신교 단체 주도로 집회가 열린다. ‘예수 믿으세요’라는 선교 조끼를 입고 피켓을 들고 나와 확성기를 통해 고성으로 외치며 소위 ‘전도집회’를 여는데, 흡사 시위 수준이다. 지난 2013년에는 주(LORD)예수재단이 연등회를 반대하며 조계종 종정 및 총무원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 논란을 샀다.

당시 이들은 “예수님만세, 예수님 만세,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수고하시는 조계종 종정과 불자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한다”며 “종정과 총무원장, 조계사 주지가 예수 믿고 함께 천국에 가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도발해 불교인들의 분노를 이끌어냈다.

또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시에는 “로마가톨릭은 기독교가 아닐 뿐 아니라 기독교를 대적하는 원수”라고 주장하며 보수 개신교단체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5월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한국가톨릭주교회의와 손잡고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한국신앙과직제)를 창립하고 화합을 도모했지만, ‘로마 가톨릭 & 교황 정체 알리기 운동연대-WCC 반대운동연대’는 결사반대를 외쳤다.

◆개신교 내에선‘ 이단’ 만들기 한창

타종교만 배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개신교 내에서는 소수 종단이나 신흥종파에 대해 ‘이단’으로 낙인찍기에 바쁘다. 이미 주류 교단에 의해 이단으로 규정된 단체만도 무려 86곳(2014년 10월 기준)이나 되며, 각 교단과 연합단체에 소속된 이단대책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 이단대책위원회의 막강한 권력으로 새로운 이단이 탄생되거나 해제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이단을 규정하는 기준이 일방적인 주류 교단의 견해라는 것이다. 교단연합단체 및 대형교단에서 이단상담가로 수십년 동안 활동한 최삼경 목사는 지난 2월 23일 호주에서 열린 세계한인기독교이단대책연합회(세이연) 총회에 참석해 한국교회 이단 규정에 대해 “신학적으로 이단이 되는 경우보다 목회적으로 교회를 어지럽힐 때 더 (이단이) 된다”고 평가했다. 목회자들의 주관적인 시각에서 이단을 규정한다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잔혹의 종교역사 만든 ‘배타주의’

개신교의 배타주의가 우리 사회에 문제를 일으키게 된 근본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최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는 권력의 맛을 본 4세기 이후 배타주의가 강해진다. 무수한 ‘이단들’이 발명됐고, 이웃종교들은 이교도로 낙인찍혔다. 이들에 대한 무차별 폭력과 학살, 재산몰수 등이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유럽에서는 제국주의의 몰락과 함께 그리스도교의 배타주의도 반성의 대상이 되었던 반면, 한국 개신교에서는 도리어 배타주의의 폭력성이 가장 잔혹하게 발현됐다.

해방 전후 개신교는 미국이 주도하는 우경화의 정치적 파트너로 활약했으며, 20세기 가장 최악의 배타주의적 종교의 모습을 갖게 된다. 198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탄생과 함께 개신교 배타주의는 물을 만난 고기가 됐다. 종북 담론과 함께 타 종교에 대한 배타성은 극대화됐다.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를 앞세운 것이다. 이때 한기총을 상징적 중심으로 수많은 미시적 단체, 언론단체, 신문사, 선교단체, 수많은 커뮤니티들이 행동가로 활동했다. 소위 땅 밟기 퍼포먼스 등이 그러한 것을 배경으로 나타나게 됐다.

◆배타주의적 ‘공격성’ 폐단 우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은 개신교의 배타주의적 공격성이 이념 프레임을 축으로 현재 다방면으로 확산되고 있고 또 그 공격성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신교 배타주의가) 다만 공격적 활동가 신자들을 활성화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폐단을 지적했다. 아울러 “더욱 문제는 개신교가 무수한 증오 담론의 유포자가 됨으로써 싸움을 부추기고 서로를 적대하게 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구원의 종교임을 주장해온 개신교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증오를 심고 있다”며 “이는 절망적인 위기에 처한 어떤 사람들이 타자화된 적을 향한 증오의 행위에 몰입하게 한다”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아울러 “배타주의적인 정통파 그리스도교는 예수가 싸웠던 체제를 도리어 닮아가고 있고, 예수가 함께 하고자 했던 이들에게 증오의 영을 심어주고 있다”고 걱정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핍박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 5장 44절) 할 수 있거든 너희로서는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평화하라(로마서 12장 1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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