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도 도서출판 동방의 빛 대표이사/ 겨레얼살리기 국민운동본부 이사
 

 

‘건국절’을 제정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대한민국을 건국 67년의 초라한 신생국으로 만들어야 정통성과 정체성을 살리는 일인가.

제헌정부에서 ‘정부수립’ ‘재건’ ‘광복절’이란 표현을 쓰며 ‘건국’이란 개념과 표현을 쓰지 않았던 것은 우리 민족의 국가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이 땅에서 ‘민족의식’을 가지고 오래 전부터 살아온 역사를 함께 인식해 선언한 것이며, 헌법 전문에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으로 나타나듯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면서도 ‘코리아’ 표기와 같이 우리 강토에서 국가로 번성했던 모든 역사가 이어져왔음이고, 고조선, 부여에서 고구려, 신라, 백제로 나라가 나뉘고 고려, 조선이 들어선 것도 새로운 체제가 수립, 또는 개국(開國)으로 기존의 역사를 인정하면서 나라만 바뀌는 것으로 건국은 아닌 것이다.

대한민국이 왕권시대에서 국민주권시대로 정치체계, 권력주체만 새롭게 한 것으로 국체(國體)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고, 정체(政體)만 바뀌어 강토와 국민이 계속 계승된 것이다. 기존의 역사와 단절되는 건국(建國)이란 말은 우리 민족 오천년 역사에서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개천절(開天節)단 한 번뿐이다.

한편 이영훈(서울대) 교수는 모일간지 기고를 통해 미국과 일본의 ‘건국절’을 예를 들고 우리의 건국절을 말하고 있으나 이는 바로 알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지구상에 일본만이 건국절이 있지, 다른 나라에는 건국일을 표기하거나 기념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은 건국절이 아니라 ‘독립기념일’이다. 그들은 국가구성의 3요소가 하나도 갖추어지지 않았으나 영국에 독립선언을 한 1776년 7월 4일을 기념한다. 실제로 미국은 그 후 13년이 지난 1789년에 와서야 연방정부가 구성됐다.

다른 나라들도 독립기념일, 독립일을 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스라엘 독립기념일, 북한 정권창립일, 프랑스 혁명기념일과 종전기념일, 중국은 국경일로 인민공화국 선언의 날, 러시아 주권 선언기념일, 이탈리아 공화국 기념일, 이집트 혁명기념일 등이 그것이다. 현대 모든 국가가 자국이 과거 상태에서 현재로 이어져 존재하는 역사성으로 정체성을 밝히므로 현 정치체계가 과거와 단절을 의미하는 ‘건국절’ 용어를 쓰지 않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건국이란 표현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정부수립이기 때문이다. 나라가 언제 세워졌는지 가르치지 않으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개천절을 영문으로 ‘Foundation Day’로 표기한다. ‘Foundation’은 건국을 의미한다. 서양의 건국이라는 것은 국가라는 구조 정치체계지만 우리의 개천절(開天節)은 화합과 조화의 인본사상이다.

또한 제국주의 정치적 목적으로 가공된 일본의 건국절은 단군을 겨레의 시조로, 고조선을 밝달민족 최초의 국가로 한 홍익인간(弘益人間)·이화세계(理化世界)의 건국이념을 담은 개천절(開天節)과는 엄연히 다르다.

지구상에서 건국일을 기념하는 유일한 나라 일본은 이토 히로부미가 창안하여 제국주의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다. 건국일은 ‘천황’의 역사를 상징하는 날로 1873년(메이지 6년)에 2월 11일을 초대 신무천황(神武天皇)의 즉위일이라고 선포했다.

현재 신무천황은 실재하지 않았던 허구의 천황으로 인정하고 있지만 당시로서는 메이지 천황의 권위를 초대천황에게서 찾을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8세기 나라(奈良)시대에 편찬된‘일본서기(日本書紀)’에 “기원전 660년에 신무(神武)천황이 즉위하였다”라는 기록으로 신무천황의 즉위 날짜를 양력으로 환산해 이른바 기원절(紀元節)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신무천황 즉위 기록은 후대 사람들이 작성한 것이고, 현재는 허구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천황제가 성립된 것은 7세기경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에 2월 11일을 건국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일본제국주의 전쟁이 1930년대 절정에 이르자 누구보다도 천황에 대한 국민 지지가 필요하므로 신무천황을 필두로 9대 천황까지 가공인물을 만든 다음 우리 단군의 역사를 모방, 위조하여 백제인 후손이 많이 사는 나라(奈良: 710-794, 나라는 우리말이다) 지역의 한 야산에 한국식 작은 봉분을 신무천황의 릉으로 날조(捏造)하여 축제를 열고 신궁과 기념관을 세워 일본의 역사를 1260년 더 늘려 2600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신무천황의 릉이 가짜란 사실을 ‘마에 게이이찌’라는 일본인 교수가 폭로했다.

가공된 역사지만 2600년 역사의 ‘건국절’로 삼는 일본을 보면서 대한민국 67년의 유구한(?) 역사를 ‘건국절’로 모방하려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과거의 일본은 중국대륙을 호령하던 웅대한 고조선의 역사를 반도로 한정 축소, 왜곡시키고, 그들의 역사보다 짧게 만들기 위해 5000년 전 단군 역사를 신화로 둔갑시키며 우리 민족의 출발점 자체를 이민족(위만조선)의 지배로 시작하는 거짓 역사로 만들어 자율적 국가 경영이 어려운 열등민족으로 인식시키는 식민사관을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직도 우리 역사 교과서는 일본이 만들어준 왜곡된 역사를 사용하는 식민사학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역사의식도 없는 위정자나 학자들이 70년도 안 되는 신생국의 ‘건국절’을 만들어 정통성과 민족 정체성을 운운하는 자체가 모자라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는 짓이다.

건국절 제정으로 정체성을 찾을 것이 아니라 왜곡된 우리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밝히는 것임을 알아야한다.

일찍이 세계 문명을 선도한 찬란한 우리 선조들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동북 간방 밝달민족에 의해 세계 역사의 첫걸음이 시작되어 또 다시 원시반본의 순환왕복 법칙에 따라 새 역사를 시작해야 할 시점에 밝달민족의 후예인 이 민족의 역할을 ‘건국절 논쟁’을 보며 새삼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다.

우리가 잃어버린 역사를 찾는 것은 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찾는 일이다. 그것은 또다시 인류문명을 선도할 때이기 때문이다.

▲ 국평사 윤벽암 주지스님으로부터 유해를 모시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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