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2층 버스 타고 한바퀴, 테이블 마운틴 등 한눈에

▲ 테이블 마운틴 중턱 케이블카 스테이션에서 케이프 타운 시내를 바라본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 Hallo는 남아공 11개 공식 언어 가운데 하나인 아프리칸스어(Afrikaans)로 Hello라는 뜻. Sanibonani 역시 Hello란 뜻이지만 Hallo는 백인들이 많이 쓰는 아프리칸어인 반면에 Sanibonani는 줄루족 언어인 줄루어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프리카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것이 많다. 계속된 내전(內戰)으로 인한 극심한 경제난을 비롯해 소말리아 해상에서 자행되는 해적질, 그리고 기아와 난민들로 머리 속에 가득차 있다. 그나마 좀 긍정적인 것이 광활한 대지와 사파리 등일 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를 잘 아는 사람들은 이제 남은 보고(寶庫)는 아프리카 뿐이라고 말한다. 이미 중국은 오래전부터 자원 외교를 펼쳐 아프리카 대륙에 뿌리를 내렸고 일본 역시 아프리카를 중요한 무역 중심지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일본과 달리 우리에게 아프리카는 아직 머나먼 대륙에 불과하지만 아프리카에서 처음으로 벌어지는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18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아프리카가 우리에게 바짝 다가왔다. 아프리카가 바짝 거리를 좁혀온 만큼 우리도 아프리카와 좀 더 친숙해질 필요가 있다.

기자는 FIFA 월드컵 조 추첨 본선행사 관계로 남아공을 방문했다. 아프리카 최남단의 국가로 유럽과 아프리카가 자연스럽게 혼합된 문화를 갖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와 같은 아픔도 있었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케이프 타운과 가든 루트, 더반 등을 탐사해보기로 한다.

<차례>
(1) 케이프 타운 둘러보기
(2) 아파르트헤이트, 로벤 아일랜드, 그리고 축구
(3) 희망봉을 찾아서
(4) 케이프 타운에서 포트 엘리자베스까지 - 가든 루트
(5) 동서양과 아프리카의 만남, 더반

▲ 사자의 머리를 닮았다고 붙여진 라이언스 헤드의 웅장한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경유해 케이프 타운으로 가는 비행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한 것이 0시쯤. 우리보다 7시간 늦은 케이프 타운에 도착한 것이 오후 4시경이었으니 두바이에서 3시간 정도 기다린 것을 합쳐 24시간이 걸렸다.

한국에서 곧바로 남아공으로 날아가는 직항편이 없으니 남아공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은 모두 홍콩이나 싱가포르, 두바이 등을 경유해서 가야만 한다. 비행편이 없으면 런던 등 유럽의 도시를 경유해서 가야만 한다. 어디를 경유해서 가나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꼬박 하루다.

케이프 타운 국제공항에서 내려 미리 예약한 한국인 경영 숙소에서 마중 나온 차를 타고 롱 스트릿에 다다르니 케이프 타운의 명물 테이블 마운틴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부분이 평평하게 생겼다고 해서 테이블 마운틴이라는 이름이 붙긴 했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보면 완전히 평평하지는 않다. 하지만 사방 3km 정도의 넓은 광장처럼 생긴데다 케이프 타운의 전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케이블카는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테이블 마운틴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싶으면 케이블카는 편도로 끊고 직접 하이킹으로 올라가보길 권한다. 두세 시간이 걸리는 산행길로 힘에 부치긴 하지만 이름 모를 꽃들이 사방에 피어있어 색다른 아프리카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 시그널 힐에서 바라본 테이블 마운틴의 모습. 오른쪽 맨끝에 케이블카 스테이션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시그널 힐에서 바라본 케이프 타운 전경. 가운데 경기장이 남아공 월드컵 스타디움인 그린 포인트 스타디움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서울에서 남산이 보이듯 케이프 타운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해발 1086m의 테이블 마운틴은 동쪽으로는 데빌스 피크, 서쪽으로는 사자의 머리를 닮은 언덕이라고 해서 이름 붙여진 라이언스 헤드와 시그널 힐 등으로 계속 이어져 있다. 특히 시그널 힐에서 바라보는 케이프 타운의 야경은 꽉 막힌 가슴을 탁 트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테이블 마운틴 등산과 라이언스 헤드, 시그널 힐로 하루를 모두 소진한다고 해도 그리 아깝지 않다.

케이프 타운의 명소를 돌아보려면 역시 2층 버스가 제격이다. 2층 버스는 레드 라인과 블루 라인이 있는데 레드 라인은 주로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비해 블루 라인은 시외쪽으로 빠진다. 만약 레드 라인과 블루 라인을 하루씩 이틀 동안 이용하고 싶다면 하루에 120란드씩 부담하면 되고 하루에 이 모든 노선을 타려면 200란드를 내면 된다.

레드 라인과 블루 라인 모두 투 오션스 수족관에서 출발하며 워터프런트와 케이프 타운 국제 컨벤션센터, 케이프 타운 관광센터 등을 공히 운행하지만 이후부터 노선이 갈라진다.

▲ 케이프 타운 시내외 관광 명소 곳곳을 이어주는 2층 버스가 롱 스트릿을 지나가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레드 라인을 타고 가면서 가장 볼만한 것은 앞에서 언급했던 테이블 마운틴과 디스트릭트 식스다.

디스트릭트 식스는 옛날 유색인종 노동자들이 주로 살던 지역이었다. 오래전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인을 비롯해 네덜란드 백인과 흑인과의 혼혈인, 인도계, 흑인들이 자유롭게 살아갔던 지역이었지만 아파르트헤이트가 기승을 부리던 1970년대 여기를 백인전용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이곳에서 거주하던 유색인종을 모두 쫓아버렸고 당시 가옥들은 모두 강제 철거됐다.

아파르트헤이트가 끝나면서 디스트릭트 식스가 남아공 인종차별을 고발하는 현장이 되면서 박물관이 세워졌고 바닥에는 사라진 디스트릭트 식스 지역의 옛날 지도가 그려졌다.

또 이 버스를 타면 테이블 마운틴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스테이션으로 갈 수 있다.

데빌스 피크를 옆으로 끼고 시내를 벗어나는 블루 라인을 타면 세계 7대 식물원으로 꼽히는 곳으로 6000여 종의 토착 식물이 자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커스텐 보시 식물원으로 향할 수 있다. 커스텐 보시 식물원을 다 본 후 한 정거장만 더 가면 새들과 원숭이 공원을 볼 수 있다.

블루 라인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매리너스 와프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 와프와 비슷한 느낌으로 항구에서 맛보는 대구 튀김과 감자튀김이 들어있는 ‘피시 앤 칩스’를 추천한다. 또 이곳에서는 물개섬으로 가는 배가 출항하고 있다. 물개섬을 다녀오는 것만 해도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관광 명소를 모두 둘러본 후 저녁을 먹고 싶다면 워터프런트를 추천한다. 케이프 타운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로 각종 레스토랑과 쇼핑센터, 술집이 밀집해 있어 바다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다. 또 유스호스텔과 식당이 밀집해 있는 롱 스트릿은 비교적 치안이 안정된 시내 중심가여서 숙박과 요기를 해결할 수 있다.

▲ 케이프 타운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지구 가운데 하나인 워터 프런트의 명물 시계탑.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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