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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전문기관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한국종교와 종교인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조사결과를 내놓아 사회에 작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설문결과 가운데 관심을 끈 몇 가지 주제를 선정해 다시금 조명함으로써 한국종교의 현주소를 진단하고자 한다.

국민 대다수 ‘성직자 자질’ 우려
전문직 중 강력범죄율 가장 높아
돈으로 인해 부정부패 늪에 빠져

자승스님 ‘중(僧) 정신’ 없다 한탄
권력얻기 위해 매관매직 비일비재
“자격 미달자 우리 사회에 만연해”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종교계의 세속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며 재정비리, 성추행, 종단내 교권다툼, 각종 범죄로 인한 법정소송 등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를 낳고 있다. 그 결과 국민 90% 가까이가 성직자의 자질이 문제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종교(1984~2014)’ 조사 결과에서 보여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한국종교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 10명 중 9명 “성직자들 자질 부족”

한국갤럽이 우리 주변에 품위가 없거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얼마나 많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가 ‘매우 많다(22%)’ ‘어느 정도 있다(65%)’라고 답했고, ‘별로 없다(12%)’ ‘전혀 없다(1%)’고 답한 이는 13%에 그쳤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성직자들의 자격(자질)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자격 미달 성직자가 흔하다는 의견은 1984년 65%, 1989년 71%, 1997년 79%, 2004년 87%까지 꾸준히 늘었지만 지난해(2014년) 조사에서는 답보(제자리걸음)상태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자격 미달되는 성직자가 더 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이미 10년 전부터 대다수의 국민은 자질이 부족한 성직자가 많다고 느끼고 있어 더 이상 악화될 여지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국갤럽은 분석했다.

종교를 가지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불교인 88%, 개신교인 85%, 천주교인 89%가 품위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많다고 답했으며, 비종교인(87%)도 같은 답을 내놓았다. 종교를 불문하고 90%에 육박하는 응답자가 목사, 신부, 스님 등 성직자의 자질 문제를 우려했다.

◆범죄자로 전락한 성직자

세상을 가르쳐야 할 종교가 지도자들의 비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도박, 음주, 성폭행, 돈선거, 공금횡령, 강도, 살인, 폭력 등 각종 범죄를 저질러 현행법으로 법의 심판을 받아 철창신세를 지기도 했다.

경찰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전문직 종사자 5대 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종교인(직업 종교인)의 강력 범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2014년 상반기까지 5대(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강력 범죄로 검거된 6대 전문직 종사자(의사, 변호사, 교수, 종교인, 언론인, 예술인)가 1만 5531명으로 집계됐다. 직업별로 살펴본 결과 종교인이 600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같은 수치는 종교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

 
◆돈의 유혹 이기지 못하는 종교인

3년 전 불교(조계종) 안에서 터진 백양사 도박승려 사태는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불교계의 신뢰는 급격하게 추락했고, 불교인들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자성과 쇄신을 연일 외쳤지만 현재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정도박, 성추행, 돈선거, 음주, 폭행 등 범법 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교계를 대표하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지난 2월 승려들이 ‘중(僧) 정신’이 없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불교계의 부정부패의 온상은 ‘돈’이라고 지적한다.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는 종단을 몰락시키고 스님을 타락시킨 첫 번째 주범을 돈으로 꼽았다. 그는 “지도층 승려들의 전횡·공금유용·축재를 통한 도박과 음행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개신교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10당5락(10억 뿌리면 당선되고 5억 뿌리면 떨어진다)’ 대표회장 금권선거다. 지난 2011년 SBS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이 이 내용을 집중 보도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기총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수록 단체 내 패권을 쥐기 위한 진흙탕 싸움은 치열해졌고, 대표직은 목사의 자질보다는 돈에 의해 매관매직(벼슬을 돈을 받고 파는 행위)하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최근 기독교방송 CBS가 방영한 다큐 영상에서 개종교육사업가(개종목자)가 자행하는 강제개종교육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강제개종교육피해자연대 장주영 대표는 “강제개종교육의 목적은 (결국) 돈벌이”라고 폭로하기도 했다.

◆종교인 1/3 “성직자 권위적이다”

종교인들은 성직자들의 권위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한국갤럽이 종교인들에게 현재 출석하고 있는 종교 기관(성당, 교회, 절 등)의 성직자가 신도를 지도하는 방법이 얼마나 권위적인지 물은 결과 ‘매우 권위적이다(3%)’ ‘어느 정도 권위적이다(31%)’라고 답한 응답자가 1/3을 차지했다.

개신교, 불교 등 종교계가 전문 리서치기관을 통해 한국종교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대다수가 성직자들의 언행 불일치, 자질문제, 비리 등을 가장 심각하다고 꼽고 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는 “‘품위나 자격이 없는 성직자가 많다’는 의견이 1984년 65%에서 2000년 이후 90%에 육박하고 있다”며 “자격 미달 성직자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 만연함을 알 수 있다”고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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