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남은영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사회적 위험과 국민인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10%만이 저축을 했다고 답했고, 돈이 부족해 대출을 받은 응답자도 8%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출상담을 받는 사람들. (사진출처: 연합뉴스)
10%만 저축… 8% 적자
“맞춤형 사회정책 필요해
복지 패러다임 구축 시급”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1. 이선경(가명, 30, 여)씨는 중소기업에 다닌 지 2년이 됐지만 모아 놓은 돈이 없어 걱정이다. 월급이 150만원 정도임에도 학자금대출과 월세, 생활비 등 매달 들어가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에다가 서울에서 월세를 사는 이씨에게 적금이나 저축은 꿈일 뿐이다. 이씨는 “시집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2. 고졸인 김미자(가명, 54, 여) 씨는 내년에 시집갈 딸 생각에 요새 잠을 못 이룬다. 그동안 빚을 청산하느라 모은 돈이 없는 데다가 최근 몸이 안 좋아져 그나마 다니던 직장도 그만뒀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받을 대출도 없다. 김씨는 “몸이 회복되면 다시 직장을 구해야죠. 달리 방법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가 서민경제 활성화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오히려 지속되는 경기침체로 서민 경제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사람보단 근근이 생계유지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남은영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3월호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사회적 위험과 국민인식’ 보고서를 27일 발표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가계적자와 주거 및 고용 불안정을 중심으로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위험을 살펴봤다. 자료로는 지난 2012년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접하는 방법으로 조사해 내놓은 ‘삶과 사회에 대한 조사’를 활용했다.

설문조사 항목은 지난 1년간 가족의 경제적 상황을 파악하고자 ▲저축을 함 ▲생계유지 ▲저축해 놓았던 돈을 사용 ▲저축을 사용하고 모자라서 대출을 받음 등 4가지다.

▲  ⓒ천지일보(뉴스천지)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항목은 저축도, 적자도 아닌 생계유지였다. ‘생계를 유지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68%로 절반을 넘겼다. ‘저축을 함’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0% 정도로 저조했다. 11%는 저축해 놓았던 돈을 사용하고, 약 8%는 그것도 모자라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계경제의 어려움을 많이 겪는 연령대는 50대 이상, 소득수준별로는 300만원 이하의 소득층, 학력별로는 고졸자들이었다. 가계적자를 자주 경험하는 고용상태는 비정규직으로 조사됐다.

또 이들은 언제 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주거 불안정도 겪고 있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집값 부담으로 현재 사는 곳을 떠나야 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매우 가능성이 있다’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의 비율을 바탕으로 주거 불안정 정도를 분석했다. 이들은 보통 20~40대이며, 200만원 미만의 소득층에서, 고학력층으로 갈수록 주거 불안정을 겪었다.

이와 관련해 남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사회집단별 요구사항에 부합하는 맞춤형 사회정책의 입안과 시행이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며 “사회 각계의 구체적인 요구와 한국사회의 변화, 미래 복지수요를 분석한 큰 틀에서의 복지 패러다임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