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자기조절 능력은 자신의 욕구와 충동을 적절하게 조절해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은 사회성 발달에 꼭 필요한 조건으로서 그 이유는 사회생활의 여러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갖기 때문이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밉고 싫다고 해서 그 사람을 때린다면 더 큰 불이익이 나에게 주어질 것이다. 하지만 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사람은 그 사람을 직접 때리는 대신에 말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행동(예: 회피하기, 다른 사람을 선택하기 등)을 취하기에 사회성이 유지될 수 있다. 또한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시험 1주일 전에는 이 마음(욕구)을 누르면서 영화관에 가는 대신에 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는 사람과 우선 영화부터 보자는 사람 간에 누가 더 성공의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서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자기조절 능력을 유아기인 만 2~3세부터 키워나가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아이의 일생에서 처음으로 부모와 아이 간에 충돌이 크게 일어나는 때이기 때문이다. 즉, 생후 24개월을 즈음해서 본격적인 ‘떼쓰기‘가 일어나는데, 이때 부모가 어떻게 대응하고 가르치는가에 따라서 아이의 자기조절 능력의 발달 정도가 차이난다. 만일 아이에게 아무런 훈육 없이 무조건적인 허용만 해 주면 아이는 향후 자신의 욕구대로만 행동하려는 사람, 즉 참을성 없는 사람이 될 것이고, 반대로 지나친 훈육과 체벌로써 지나친 억압과 제한을 주게 되면 아이는 향후 늘 억압을 하는 사람, 즉 무엇이든지 참고 자기주장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자기조절능력의 핵심은 ‘만족지연’ 능력이다. 만족지연 능력은 자신의 본능적 욕구 또는 즉각적 충동을 참음으로써 더 큰 만족감이나 이득을 얻는 것을 말한다. 월터 미셸 교수는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을 통해서 만족지연 능력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4세 아이들을 한 명씩 작은 방으로 불러 의자에 앉히고 마시멜로를 주었다. 책상 위에는 종을 얹어두었다. 실험자가 방을 나가면서, 아이에게 “내가 다시 돌아올 때 넌 마시멜로를 먹어도 좋아”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지금 당장 마시멜로를 먹고 싶으면 책상 위의 종을 울려. 그럼 내가 돌아올 테니까. 하지만 종을 울리지 않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두 개 줄 거야.” 이 아이들이 컸을 때 추적 조사를 해 본 결과 마시멜로를 15분씩 기다릴 수 있었던 아이들은, 30초가 지나자마자 종을 울렸던 아이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으로 수능시험 점수가 210점이나 더 높았다. 만족지연 능력이 마시멜로 두 개의 단기적 성과뿐만 아니라 성적 향상이라는 단기적 성과를 얻게끔 한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자기조절 능력을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먼저 역할 놀이가 도움이 된다.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훈련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을 연습하는 효과를 얻는다. 병원 놀이, 유치원 놀이, 집 놀이 등이 유용하다. 또래들과의 놀이 경험도 중요하다. 또래들과의 관계 맺음을 할 때 어느 정도 행동 조절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 점차 그러한 기술을 터득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시기적으로 또래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또래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주지 않거나 혹은 다툼이 심한 경우에는 억지로 어울리게 하지 않는다. 자기조절 능력을 키워주는 훈육 방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예컨대 아이가 마트에서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쓸 때 이러한 떼를 받아주지 말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등 특별한 날에 장난감을 사 준다 혹은 한 번 살 때 하나만 살 수 있다’는 식의 규칙을 제시해 준다. 그리고 무조건 우는 행동에 대해서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우는 행동이 아니라 차분하게 말로 요구할 때 더 잘 들어주는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생이나 친구를 때리는 행동에 대해서는 이유와 상관없이 매번 일관적으로 제한하고 주의를 주는 훈육을 해야 한다. 어려서부터 자기조절 능력을 갖춘 아이는 자기 주도성, 성실성, 열정, 몰입, 의지력, 인내, 뚝심 등의 성격 강점까지 갖게 되어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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