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주축으로 한 한국교회부활절준비위원회가 마련한 2013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가 서울 새문안교회에서 열렸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기총·NCCK·교단중심…
부활절예배 각자 드리기로

‘연합’ 상징이던 부활절예배
분열·갈등 속에 잡음 많아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이루자는 취지로 60년 넘게 이어져왔던 부활절 연합예배가 올해 부활절(4월 5일)에는 각 연합단체별로 따로 개최될 예정이다. 분열과 갈등 속에 진정한 ‘연합’예배가 사라진 것이다.

먼저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모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2015 한국교회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대회장 이신웅 목사)’는 다음달 5일 오후 3시 서울 연세대학교 노천극장에서 부활절연합예배를 드리기로 했다. ‘그리스도의 부활, 화해와 통일로’를 주제로 열리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인 백남선 목사가 설교한다.

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현재 행사준비는 90% 완료된 상태”라며 “한국교회 모두가 공유하고 부활신앙을 표현하는 예배와 행사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독자적으로 부활절예배를 드리겠다고 발표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는 다음달 5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 본당에서 ‘부활절 특별감사예배’를 개최한다.

이영훈 목사는 “그동안 한국교회의 부활절예배가 연례행사처럼 드려져왔다”면서 소외계층을 돌아보자는 의미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장애인,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자 등을 초청한다고 밝혔다. 설교는 충신교회 박종순 원로 목사가 맡았으며, 이날 헌금은 소외계층에 전달할 예정이다.

부활절연합예배 개최를 놓고 주요 교단들과 갈등을 겪었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영주 목사)는 다음달 5일 오전 5시 서울 용산구 후암로 중앙루터교회에서 부활절예배를 드린다.

김영주 목사는 “이번 부활절은 ‘연합’이라는 단어는 빠졌지만 ‘한국기독교’라는 이름으로 기존의 교단뿐 아니라 기독교 연합단체, 지역교회협의회, 에큐메니칼 선교 기구 등이 같이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또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다가오는 시점에서 기독교인들이 부활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고민했다”며 ‘세월호’를 부활절 주제로 택했다고 설명했다. 주제는 ‘그리스도의 부활 우리의 부활’이다.

이어 “물량이나 세를 과시하는 부활절예배를 피하기 위해 국내에 50여 소속 교회를 둔 소교단인 루터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예배에서 NCCK는 ‘에큐메니칼 운동은 교회갱신운동이다’ ‘한국교회는 사회적 요구에 성실히 답함으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증명한다’ ‘한국 사회의 갱신은 우리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특별히 한반도의 평화, 비정규직 문제, 세월호 문제의 해결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직결된 척도가 될 것이다’ 등을 주요 내용으로 포함시키게 된다.

이에 앞서 NCCK는 예수님이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겼던 세족 목요일인 4월 2일, 전남 진도의 석교삼거리에서 팽목항까지 10㎞ 남짓한 구간을 도보행진하는 침묵의 순례를 한 뒤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 세족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3일 오전 9시 30분에는 팽목항과 세월호 침몰지점 두 곳에서 성금요일 예식을 진행하고, 세월호 침몰 지점 해상에서는 60∼80여명이 4척의 배에서 선상 예배를 드린다.

이외에도 ‘고난 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모임’은 부활절 오후 3시 30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예배를 준비 중이다. 설교는 박인환(화정교회) 목사가 맡는다.

◆분열과 연합 반복해온 부활절예배

한국교회는 1947년부터 부활절에 연합예배를 드려왔다. 그해 4월 6일 한국교회는 해방과 광복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의미로 서울 남산공원에서 첫 부활절연합예배를 가졌다.

이후 1959년까지 같은 장소에서 미군과 합동으로 부활절예배를 진행해오다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일시 중단됐다. 이후 1962년부터 1972년까지 진보와 보수가 분열하면서 따로 예배를 드렸다.

1973년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부활절연합예배 준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부활절만큼은 진보와 보수와 함께 모여 연합예배를 드리게 됐고 이는 교회연합운동의 한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1973년 10만여명이 모여 예배를 드린 것을 시작으로 1995년까지 20여년간 부활절연합예배가 이어졌고, 특히 1978년부터 17년 동안은 여의도광장에서 부활절연합예배가 진행됐다. 이후 여의도광장이 공원화되면서 장소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자 1996년부터 2001년까지는 장충체육관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난 2006년부터는 NCCK와 한기총 등 연합단체가 부활절연합예배를 공동 주관했다. 하지만 한기총이 금권선거와 이단 논쟁 등으로 논란이 되면서 연합예배가 이뤄지지 못했고, 지난해부터는 교단 중심의 부활절연합예배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는 특히 교단과 NCCK 간 갈등이 심해지면서 부활절연합예배를 놓고 많은 잡음이 인 가운데 결국 각기 갈라져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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